용인시 관내 어린이집 개원시간이 제각각으로 운영되고 있어 맞벌이 학부모들의 불만이 높지만 시의 실태파악이 주먹구구식인 것으로 확인돼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비판이다.

본지는 지난 6일 <어린이집 등원시간 10곳 중 3곳 ‘내맘대로식’>이라는 기사를 통해, 관련법을 무시한 채 운영하는 어린이집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보건복지부는 어린이집 운영시간을 오전 7시30분부터 오후 7시30분까지 12시간으로 권고하고 지난 8월에는 영유아보육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어린이집 운영시간을 조정할 경우 원장은 미리 학부모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했다.

또한  ‘이를 준수하지 않을 시 우선 시정명령을 내리고 시정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운영정지 1년, 또 다시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시설폐쇄’한다고 임의 운영시간 변경에 대해 강력한 대응의 뜻을 보였다.

이에 따라 어린이집 운영자는 오전 7시30분부터 운영해야 하며 이를 지키기 어려울 경우 반드시 학부모의 동의를 받아 운영시간을 정해야 한다.

보건복지부 보육정책과 담당자는 “어린이집 운영시간인 오전 7시30분을 학부모 동의서 없이 임의로 바꾼다면 관련법에 따라 강력한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관련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앞서 보도에서 밝혔듯이 관내에서 운영 중인 어린이집 10곳을 무작위로 확인한 결과, 이를 지키지 않는 곳은 3곳이었다. 다시 말해 1000여곳의 어린이집 중 300여곳이 임의로 학부모동의서 없이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용인시는 이러한 지적에도 불구하고 실태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각 구청이 현장 확인 조사가 아닌 어린이집에서 작성해 보낸 서면으로 개원시간을 받아 조사했다는 것.

시는 6일 ‘어린이집 운영기준 준수 관련 지도철저 요청’이란 제목으로 3개 구청에 ‘관련법에 따른 운영시간을 준수하도록 안내하고 기준을 지키지 않는 어린이집에 대해 시정명령과 행정처분을 실시하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다시 말해 개원시간이나 운영시간을 임의로 변경하면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으니 학부모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안내문을 보낸 셈이다. 정부 개정안이 나온지 2개월 만에 2번째 안내문이다.

구청, 어린이집 말만 듣고 “문제없다” ... 학부모 “이런 실태조사 황당하다”

이와 관련해 각 구청의 지도점검 방식이 더욱 황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처인구와 기흥구, 수지구 등 3개 구청에 따르면 개원·운영시간 실태를 현장 지도·감독이 아닌 서면으로 체크했을 뿐 현장을 방문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결과는 당연했다. 어린이 집으로부터 개원·운영시간을 잘 지키고 있다는 서면 회신을 받았다는 것.

3개 구청 사회복지과 담당자는 “개원·운영시간과 관련해 어린이집에 요청해 자료를 받았다”면서 “관내에서 운영 중인 어린이집 모두 오전 7시30분부터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실태파악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시 가족여성과 관계자는 “이번 어린이집 운영시간과 관련한 실태조사는 현장을 직접 방문해 학부모 면담 등의 절차로 확인해야 가능한 일”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학부모들은 한마디로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한 학부모는 “용인시가 평소 실태조사를 이런 방식으로 하는지 놀랍다”면서 “실상을 알아보려면 현장을 찾아가 직접 학부모를 만나 얘기를 들어야 더 정확하지 원장들 말만 듣고 잘 지져지고 있다고 하니 황당하다”고 성토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주먹구구식으로 업무를 보는 공무원들도 문제지만 혹시 어린이집을 봐 주려고 하는 게 아닌지 그게 더 의심스럽다”며 “이래서야 어떻게 시 행정을 신뢰할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이번에 드러난 실태조사방식 문제점과 개원시간, 12시간 운영 등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편, 지난 5일 취재진은 학부모 입장에서 어린이집연합회 임원이 운영하는 곳에 개원시간을 확인한 결과, 8시 이후라고 밝혔지만, 이후 신분을 밝히자 갑자기 말을 바꿔 개원시간을 지켜 운영하고 있다고 밝혀 정확한 실태조사가 시급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