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인시의 한 어린이집(본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 없음)

“아침 7시30분부터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길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수지에 사는 30대 맞벌이 부부인 K씨(여)의 푸념이다. 오전 8시가 넘어서야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고 직장이 있는 서울까지 서둘러 가도 제시간에 출근하지 못해 지각하기 일쑤지만 아침 일찍 아이를 받아주는 어린이집이 인근에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지난 1월, 맞벌이 부부의 애로사항을 개선키 위해 어린이집 운영시간을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7시30분까지로 권고했고 이후 8월에는 이 시간을 어쩔 수 없이 변경하고자 할 때는 어린이집 원장이 학부모들 동의서를 받도록 관계법령을 개정했다.

보건복지부 보육정책과 관계자는 “맞벌이 부부 편의를 위해 오전 7시30분부터 12시간 어린이집 운영시간을 정했다”면서 “하지만 어린이집의 사정 등으로 학부모 동의서를 받는 경우, 시간 변경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이어 “학부모 동의서 없이 운영시간을 임의로 바꾼다면 1차 적발 시 시정명령, 2차 적발되면 운영정지 1년의 강력한 행정처분을 받게된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용인에서 운영 중인 일부 어린이집은 이를 무시한 채 운영하거나 상황에 따라 말을 바꾸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취재진이 용인에 위치한 10곳의 어린이집 운영시간을 무작위로 확인한 결과, 정부지침을 따르는 어린이집은 7곳, 이를 지키지 않는 2곳의 경우는 학부모의 동의서를 아예 받지 않았거나 1곳은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동의서를 받았다는 수지의 한 어린이집 원장은 “8시로 운영시간을 변경한 것은 이미 학부모의 동의서를 모두 받았다”면서도 취재진이 동의서 공개를 요구하자 “협조할 수 없다”며 심지어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특히, 또 다른 1곳은 어린이집연합회 임원이 운영하는 곳으로 5일 오전 먼저 취재진임을 밝히지 않고, 개원시간을 물었을 때는 “8시 이후에 개원한다”고 밝혔지만, 이후 신분을 밝히자 갑자기 말을 바꿔 “7시30분부터 운영하고 있으며, 동의서 작성 여부는 처음 듣는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지만, 용인시는 사실상 팔짱만 끼고 있는 상태다.

가족여성과 담당자는 “1년에 한번 형식적인 점검만 이뤄졌던 것은 인정한다”면서 “인력부족 등의 이유로 정해진 점검이외의 점검은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취재가 계속되자 “강화된 영유아보육법에 대해 어린이집에 통보한 뒤, 불시점검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보육환경을 개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취재 중 교사수급 등의 애로사항에 대해 문제가 제기됐다. 정부의 지침대로 12시간의 보육시간을 지키 위해 연장근무를 하려는 교사가 없어, 교사인력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

이 때문에 용인시가 어린이집 보육시간과 관련해 실태 파악뿐만 아니라, 교사수급 등 현장의 애로사항에 대한 대책마련도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