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인시청 전경.

[Y사이드저널 박상욱 기자] 용인시가 발주한 공사에서 원청업체가 불법으로 하도급을 줬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게다가 하도급 업체가 또 다른 업체에 장비를 임대하면서 대금을 지불하지 않았지만 용인시는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등 관급공사에 대한 관리·감독을 엉망인 것으로 드러났다.

용인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2018년 5월과 6월, 그리고 12월 ▲기흥 게이트볼 주차장 포장공사(2811만원) ▲수지 자전거도로 보수·포장공사(6149만원) ▲자은근린공원 주차장 포장공사(1억9000만원)를 진행했다.

그런데 문제가 터졌다. 해당 관급공사 원청 업체가 A업체에 하도급을 줬다는 것.

지난 7월14일 용인시 홈페이지 시민청원 게시판에 ‘억울합니다. 분통스럽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랐다.

내용은 이렇다. 3곳의 관급공사 하도급을 맡은 A업체에 포장공사에 필요한 장비를 임대해줬다는 민원인은 “A업체가 장비를 빌려 쓰고도 비용을 주지 않는다”면서 “돈을 달라고 요구해도 A업체는 원청업체에, 원청업체는 A업체에 탓만 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 용인시 홈페이지 청원 게시판 캡처 화면.

이 말이 사실이라면 큰일이다. 관급공사에서 원청업체가 하도급을 맡길 때 시에 ‘하도급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취재 결과 원청업체 3곳 모두 하도급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하도급계획서란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원청업체가 발주를 맡긴 지자체에 하도급 관계의 공정성과 건설공사의 효율적 수행을 위해, 하도급을 줄 공사의 주요 공종과 물량, 하도급업체 선정방식 등을 표기한 하도급계획을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

이를 따르지 않으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는 행정처분을 받는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용인시가 이러한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관급공사에 대한 관리·감독이 전혀 이뤄지고 있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렇다 보니, 용인시는 민원인이 제기한 장비 임대료 문제도 대안이 없는 상태다. 원청업체에 대금을 모두 지급해 시가 나서서 해결할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용인시 해당 부서 3곳의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하도급 계획서가 제출되지 않아, 하도급이 실제 있었는지는 전혀 몰랐다”고 했다.

취재 중 해당 관급공사를 맡은 한 업체는 A업체에 공사 일부를 맡긴 사실을 인정했다.

자은근린공원 주차장 포장공사를 맡은 원청업체 관계자는 “A업체가 토목공사 일부를 맡아 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하도급이 아닌 일부 공사만 맡은 이른바 ‘품떼기’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A업체에 대금은 전부 지급했고, 장비 대금 체불 문제는 처음 듣는 소리”라고 했다.

A업체가 공사에 참여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나머지 관급공사 2곳을 맡은 업체들에 확인을 요구했고, 업체 관계자는 “확인 후 연락주겠다”는 말만 남긴 뒤 아무런 연락이 없는 상태다.

사실 확인을 위해 취재진은 3곳의 관급공사에 참여했다는 A업체에 수차례 전화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되지 않아 자세한 내용을 들을 수 없었다.

이와 관련해 용인시 감사관 관계자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사실을 확인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