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20년 만에 또 다시 ‘학력 위조’ 논란에 휩싸여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 1993년 KBS는 사내 수십여명의 학력위조자가 적발돼 사회적 문제로 떠들썩했던 가운데 최근에 선임된 이길영 KBS 이사장의 대학 학력위조 의혹이 다시 제기됐기 때문.

한국기자협회 등에 따르면 KBS는 1990년 이후 인사기록 전산화 과정에서 학력 위조가 의심되는 사례들이 드러났지만손을 대지 못했었다. 하지만, 김영삼 문민정부가 출범하면서 개혁의 바람이 불던 1993년, 당시 의혹이 있는 100여명에 대한 전면 조사가 이뤄졌고 고의적인 위조자를 적발했다.

이에 따른 1차 조사 결과, 간부 중 24명이 학력을 변조한 사실이 드러났고 당시 보직해임 된 학력 위조자에는 서울 보도국장과 지역총국장이 포함돼 있어 충격을 주기도 했다. KBS는 이후 추가로 위조자 60여명을 찾아내 보직박탈과 정직, 감봉 등의 중징계를 내렸다.

이 같은 배경에는 적발된 위조자들 대부분이 문공부 공무원으로 채용됐다가 1973년 KBS가 ‘한국방송공사’로 공영방송이 되면서 같이 승계됐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당시 KBS는 입사 자격에 학력이 크게 작용하지 않았던 시절임을 감안할 때 승진 등 인사상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었냐는 해석도 있다.

이는 KBS의 역사적 배경에 있다는 분석이다. 문화공보부 소속 공보처 방송국인 ‘국영방송’으로 시작된 KBS는 지난 1973년 공영방송 체제로 바뀌면서 공채 1기를 채용하기 전에는 정부 소속 공무원들이 기자직을 수행했고 여기에다 정치적인 배경으로 인해 특채로 입사한 사람까지 포함하면 복잡한 인사구조를 갖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이길영 이사장도 1993년 학력위조자 파문 당시 거론됐던 것으로 전해졌지만 KBS 임정규 이사는 최근 열린 이사회에서 “당시 검증을 받았으니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KBS 새노조는 이길영 이사장의 행보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새노조는 “당시 이길영씨의 학력 위조 사실이 노조에 의해 적발됐으나 어찌된 일인지 사측의 조치가 있기 직전인 1993년 3월, 이 씨는 보도본부장직을 사임하고 자회사인 KBS 문화사업단 사장으로 옮기면서 보직해임 등의 징계를 피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새노조는 사측에 당시 이사회 회의록과 이 이사장의 인사기록카드를 공개하라며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이에 이사회측은 “회의록 공개는 이사회가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며 KBS측 관계자는 “(이 이사장이) 퇴사한 지 오래돼 당시 인사기록카드가 폐기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KBS 야권 이사들이 국민산업학교 대학 학력 인정 시점이 1991년 이후라고 문제 제기하자 11일, 이길영 이사장은 이사들에게 추가 소명 자료를 통해 “국민산업학교가 대학 학력으로 인정되기 시작한 시점은 1981년 이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KBS 새노조 관계자는 “문제는 대학 학력 인정 시점과는 상관없다”면서 “국민대와 국민산업학교는 무관하기 때문에 국민대를 졸업했다고 학력을 허위 기재한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길영 이사장의 학력은 국민대 졸업으로 기재된 문서는 지금까지 문공부 인사카드, 중앙대 대학원 지원서, 대구경북한방진흥원장 지원서 등이 공개됐으며 이 이사장은 “내가 쓴 게 아니다”는 입장이다.

한편, 이길영 이사장은 지난달 말, 임기를 남겨둔 채 KBS 이사로 선임돼 학력위조 논란이 일고 있으며 현재 KBS 경영진과 이사회 활동을 견제 감시해야 할 KBS 감사는 공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