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인 A와 임차인 B는 보증금 5,000만원(계약금 500만원), 월차임 350만원(차임 연체시 지연이자율 연 2%)로 하는 상가임대차계약(이하 ‘임대차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했다. 그런데 보증금 잔금지급기일이 되자 A는 B에게 일방적으로 “월차임 400만원에 월 차임 연체시 지연이자율 ‘연 2%’를 ‘월 2%’로 계약을 변경하지 않으면 임대차계약을 진행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B는 변경요구를 거절했고, A는 위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임대차계약이 진행이 불가하다는 뜻을 명시적으로 밝혔다. 결국 B는 부득이 사업자등록까지 말소하고 폐업신고를 했다.

계약 상대방이 명백히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의사를 밝힌 경우에까지 계약 일방은 이행의 최고나 자기 채무의 이행을 해야 계약 해제가 가능할까?

채무불이행자에게 손해배상 청구 가능
임대차계약 제7조에 따르면 ‘임대인과 임차인은 임대차계약상 채무를 불이행할 경우 그 상대방은 채무불이행자에 대하여 서면으로 최고(독촉통지)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그리고 계약 당사자는 계약해제에 따른 손해배상을 각각 상대방에 대하여 청구할 수 있으며, 별도의 약정이 없는 한 계약금을 손해배상의 기준으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B는 A에게 계약을 해제한다는 의사를 표시함과 동시에 해제에 따른 원상회복 500만원 및 임대차계약 제7조에 따른 위약금으로서 500만원 등 총 1,000만원의 지급을 청구했다. 이 때 B가 서면으로 A 채무의 이행을 최고하거나 보증금 잔액을 지급할 준비를 하지 않고서 해제의 의사표시를 한 경우라면 적법한 해제로서 승소가 가능할까.

원칙적으로 B도 보증금 잔액 준비해야 계약해지 가능
우리 민법(제544조 본문)은 ‘당사자 일방이 그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상대방은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그 이행을 최고하고 그 기간 내에 이행하지 아니한 때에는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임대차계약 제7조에도 계약 상대방에게 일정한 채무불이행사유가 존재한다 하더라도 계약 일방은 상당기간을 정하여 상대방에게 그 이행을 최고하고 그 기간 내 상대방이 이행을 하지 아니한 때에 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또한 위 사례처럼 쌍방에 이행의 의무가 있는 쌍무계약에서는 동시이행관계에 있는 자기의 채무 이행 제공 즉 약속 장소에 보증금 잔액을 준비하고 나오거나 공탁을 하는 등의 행위를 하여야 해제의 의사표시를 할 수 있음이 원칙이다.

상대방 이행거절시 이행제공 없이 계약해제 가능
그러나 임대인이 자기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을 변경하지 않으면 계약 이행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이른바 ‘이행거절의사’)를 명백히 밝힌 경우에까지 임차인에게 위와 같은 최고와 이행 제공의 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과 형평에도 반한다 할 것이다.
따라서 민법 제544조 단서는 ‘그러나 채무자가 미리 이행하지 아니할 의사를 표시한 경우에는 최고를 요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대법원은 ‘쌍무계약에 있어서 계약당사자의 일방은 상대방이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의사를 명백히 표시한 경우에는 최고나 자기 채무의 이행제공 없이 그 계약을 적법하게 해제할 수 있다(2000다40995 판결).’는 일관된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필자 또한 이와 유사한 사건에서 위 이행거절 법리에 따라 승소 판결을 이끌어 낸 바가 있다(서울남부지방법원 2012나1448 계약금 등).

따라서 위 사례에서 B가 A에게 이행의 최고나 자기 채무의 이행 제공을 하지 않고 한 해제의 의사표시는 적법하고 위약금까지 도합 1,000만원의 지급을 청구한 것 또한 정당하다 할 것이다.

◇ 이성희 변호사 ◇
iTV 구 경인방송(현 OBS) 방송기자 출신으로 사법연수원 제40기(제50회 사법시험 합격)를 수료하였고 변호사, 변리사로서 중소기업 법률자문, 기업회생, 물류·조세소송 등의 업무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출처 : 법률사무소 ASK(http://lawask0695.blog.me/401814337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