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사이드저널 박상욱 기자] 행정자치부가 지자체 간 재정격차를 줄이겠다며 지방재정제도 개편 추진안을 발표하자 수원, 용인, 성남, 화성시 등이 재정자립도와 자본주의 논리에 맞지 않다며 강하게 반발하는 등 논란이 번지고 있다.

논란의 발단은 행자부의 지난달 22일 ‘2016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시작됐다. 이날 회의에서 ▲조정교부금 배분 방식 변경 ▲지자체 법인지방소득세를 도세로 전환해 재배분하는 제도개편 추진안을 발표했기 때문.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우선 조정교부금 배분방식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조정교부금이란 각 지자체가 경기도에 내는 일반도세징수액+지방소비세로, 쉽게 말해 지자체가 경기도에 내는 한해 전체 세금의 47%에 해당되는 돈이 조정교부금이다.

또 조정교부금의 90%를 일반조정교부금이라고 하는데, 이 일반조정교부금은 불교부단체와 교부단체에 각각 다른 기준으로 돌려준다.

▲ 현행 조정교부금 제도.

경기도내 31개 시·군 중 불교부단체는 수원, 성남, 용인, 고양, 화성, 과천시 등 비교적 재정자립도가 높은 6개 지자체로, 일반조정교부금을 낸 전체 금액의 90%를 돌려받는다. 나머지 교부단체 25개 지자체는 인구와 징수액, 재정력에 비례해 배분받게 된다.

그러니까 세금을 많이 낸 지자체는 다시 돌려받는 돈(일반조정교부금)도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그런데 논란이 되고 있는 대목은 정부가 기존 조정교부금 배분 방식을 바꿔 불교부단체를 폐지하고 31개 시·군의 인구와 징수액, 재정력을 따져 지급하겠다는 것으로, 세금은 많이 냈지만 기존보다 적게 돌려받을 수밖에 없는 계산법이다.

다시 말해 많은 세금을 내고 있는 6개 지자체는 기존보다 적게 받고, 상대적으로 적게 받던 지자체는 더 많은 교부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이렇다 보니 6개 지자체가 반발하고 나선 것.

용인시의 경우 지난해 경기도에서 되돌려 받던 교부금은 2673억원으로 이번 행자부의 계산방식대로 한다면 1627억원 받아 1046억원의 손해를 본다.

또 수원은 863억원, 성남 891억원 화성 1416억원 고양752억원, 과천 294억원의 손해를 입는다.

▲ 불교부단체 재정 감소 규모 예상 추이 (자료제공=용인,수원시)

문제는 또 있다. 행자부는 지금까지 자자체의 고유권한이던 법인지방소득세를 도세로 전환시키겠다는 내용도 발표했다.

이 개편안에 따르면, 지자체가 벌어들인 법인지방소득세의 50%를 경기도에 납부하면, 도는 이를 31개 시·군에 재배분하는 방식이다. 행자부는 구체적인 배분 방법에 대해선 아직 정하지 않은 상태다.

문제는 이 역시 수익이 많은 자자체 입장에선 손해일 수밖에 없다. 많이 벌수록 손실액은 커지기 때문.

예를 들어, 용인시의 경우 지난해 1821억원의 법인소득세를 거뒀고 이 돈은 경기도에 내지 않아도 되는 돈이다. 그러나 행자부의 추진안이 실행될 경우 절반인 911억원의 법인세를 공동세로 명목으로 도에 납부해야 한다.

이를 수원시가 추정해 계산해 보니 2015년 기준으로, 31개 시·군의 징수액을 일정하게 나눈다면 용인시는 678억원의 손실을 보게 되며, 화성 1279억원, 수원 936억원, 성남 382억원의 손실을 입는다. 반면, 고양과 과천은 각각 64억원, 213억원의 이익을 얻는다.

그러니까 행자부의 이번 지방재정제도 개편에 따른 용인시의 총 손실액은 1724억원에 달하는 셈이다.

▲ 불교부단체 법인지방소득세 예상 추이 (자료제공=용인,수원시)

이렇다 보니 해당 지자체들과 경기도는 말도 안 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평준화를 명분으로 내세워 시장경쟁의 자본주의를 짓밟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추진하는 개정안은 그동안 허리띠를 졸라매고 기업유치에 총력을 다해 재정자립도를 높인 지자체에 허탈감을 주는 방안”이라고 꼬집었다.

경기도 역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정부의 조정교부금과 법인지방소득세 개편안은 단기적으로는 지방정부의 재정불평등 현상을 완화할 수 있겠지만, 진정한 지방분권을 위해서는 시군이 자립적 세입구조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군이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재정수입감소나 복지수요 급증 등에 대비할 수 있는 지방재정적립제도 도입 같은 장기적인 재정관리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수원과 용인시의회는 지난달 23일과 29일 행정자치부가 추진하고 있는 지방재정 개혁안이 지방자치의 근간을 뒤흔드는 재정테러 행위라며 강력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