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스트레이트’ 방송화면 캡처.

[Y사이드저널 국용진 기자] 신문 1부 원가 800원, 폐지로 80원에 수출. MBC 시사프로그램 ‘스트레이트’가 지난 10월9일 ‘동남아 K-신문 열풍의 비밀’이란 제목의 방송에서 신문 부수 조작 사태를 집중 조명했다.

방송에 따르면, 필리핀이나 태국 등 동남아에서 한국의 신문들이 길거리 음식점이나 가구, 꽃 등의 포장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조·중·동을 비롯해 국내 신문 대부분이 현지에서 발견됐다.

태국의 한 업자는 한국에서 찍어낸 신문지를 창고 가득 확보했다며 홍보영상까지 올린 이 업자는 “한국 신문 종이의 품질이 뛰어나고 친환경 잉크로 인쇄됐다. 기름기도 잘 흡수해 포장지로는 더할 나위 없다”고 극찬했다.

수출된 신문은 동남아 현지에서 30% 정도가 소모되고, 나머지 60~70%는 중국으로 넘어간다고 한다.

▲ MBC ‘스트레이트’ 방송화면 캡처.

찍어내자마자 폐지가 되는 신문을 쓸데없는 것일까? 이유가 있다. 부수에 따라 광고단가가 결정되고,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광고료도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날 방송은 폐지(파지)로 수출되는 새 신문지 규모와 신문사의 부수 밀어내기 행태, 그리고 ABC협회 부수공사 과정에서의 문제점들을 협회 내부 직원과 신문지국장들 증언을 통해 드러냈다.

정부는 연간 2400억원의 광고비를 쓰고 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동아일보는 지난 5년간 1300억원의 정부 광고비를 챙겼다. 찍어내는 부수가 많을수록 정부나 기업으로부터 광고비를 많이 받아 무리하게 ‘수출용 폐지’(?)를 만들어내는 셈이다.

한국ABC협회는 신문사의 신문 발행·유료 부수를 조사해 공표한다. 그런데 방송은 한국ABC협회가 제 역할을 했다며 일어날 수 없는 부수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 MBC ‘스트레이트’ 방송화면 캡처.

스트레이트가 입수한 ‘조사대비’란 제목의 한국ABC협회 내부 문건도 논란이다. 방송은 부수 조작 의혹을 조사하는 문체부를 계획적으로 방해하려는 내용이 들어있다고 했다.

문건은 문체부 조사 과정의 문제점을 부각해야 한다며 범죄자 조사하듯 압박하면 행정기관의 갑질로 국가인권위나 문체부에 진정하거나, 제3의 조치도 불사할 것이라고 쓰여있었다.

의혹 해소에 앞장서도 모자랄 상황에서 ABC협회가 정부의 조사에 딴지를 건 이유는 뭘까?

ABC협회 이사회, 전체 25명 가운데 12명이 신문사 출신이다.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있고 협회 예산도 신문사에서 나오니 조사의 객관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한국일보 사장 출신인 ABC협회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취임하기 직전까지 언론진흥재단 이사장이었다.

▲ MBC ‘스트레이트’ 방송화면 캡처.

신문사의 부수 부풀리기는 심각한 수준이다. ABC협회는 2019년 조선일보 유료부수를 116만2953부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올해 초 문화체육관광부의 신문지국 현장조사 결과 조선일보의 성실률(신문사가 보고한 유료부수 대비 실제 유료부수 비율)은 그 절반 수준에 그쳤다.

한겨레나 동아일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명백한 부수 조작과 관련해 한겨레만 지면에서 사과했을 뿐 다른 신문사들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관련해 MBC ‘스트레이트’와의 전화 통화에서 ABC협회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사무국하고 통화하시면 되잖아요. 사무국장하고 이야기하시라고요. 취재하는 거는 자유지만 제가 답변할 의무가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