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도시공사가 역북지구 토지리턴제 매각에 따른 개발업체 선정 이후 지금까지도 계약서 체결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본지는 ‘용인도시공사, 석연치 않은 업체 선정(10월26일자)’이란 제목으로 도시공사가 역북지구에 있는 C, D-1, D-2 등 3개 블록에 대해 토지리턴제 방식의 매각을 추진하면서 참여업체 4개사 중 1개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석연치 않은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런데 도시공사는 업체를 선정한 지난달 18일 이후 보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약서를 작성하지 못하고 있다. 업체가 기간 내에 개발하지 않을 시 위약금을 무는 내용 등 공사 측에 유리한 문구 2~3가지를 넣으려다 보니 업체의 반발로 작성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용인도시공사 관계자는 “업체가 계약기간 내 개발하지 않을 경우 50%의 위약금을 무는 내용의 문구를 주장했지만 업체의 반대로 어려움이 있다”면서 “조금이라도 유리한 문구를 명시하려고 업체와 조율하고 있는 중으로 계약서 작성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른 시일 내에 계약서가 작성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며 “계약서가 작성되면 그 때 내용을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다시 말해 선정된 업체의 개발 의지와 도시공사에 유리한 내용을 포함해 계약서를 작성하겠다는 것으로 공고문과 업체가 제시한 제안서 이외의 내용을 이제와 작성하려다 보니 어려움이 있다는 뜻으로 과연 도시공사에 유리한 계약서가 어떻게 작성될지 주목된다.

이런 가운데 용인도시공사는 본지 보도 이후 다른 언론사 인터뷰에서 “당시 도시공사는 ▲금융주관사 P.F 자금조달 능력 여부 ▲조기시행 가능 여부 ▲사업비 확보 입증 서류 ▲시공사 능력검증 ▲분양 예정일 ▲분양가 ▲반환금리 등 7가지 요건을 선정위원회에 주문했고 이를 토대로 심의해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도시공사는 마치 심의기준이 있었던 것처럼 주장하고 있지만, 실상은 공고문에 명시되지 않은 요건들로 참여업체는 전혀 모르는 도시공사 내부에서만 알고 있는 심사 내용이었다는 사실이 취재결과 확인됐다.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당시 공사 측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명확한 심사기준 없이 선정위원회의 주관적 판단으로 선정했다”고 밝혔으며 도시공사의 주장대로 7가지 중요한 요건을 따져 업체를 선정했다면 이를 공고문에 밝혔어야 한다는 게 관련업계의 지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토지리턴제 매각의 관건은 참여업체의 개발의지와 진정성 등을 꼼꼼히 따져 선정해야 하는 것이 핵심으로, 인천시의 경우 용인도시공사와 같은 매각 방식으로 추진하면서 심사기준은 물론 구체적인 심사내용까지 공고문을 통해 밝혀 업체는 시가 요구하는 내용에 맞춰 제안서를 제출했고 그 결과, 현재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때문에 용인도시공사가 업체 선정에 중요하다고 판단한 7가지 요건을 굳이 공사와 선정위원회만 알고 있는 내부 비밀로 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이에 대해 용인도시공사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장전형 경영기획본부장은 6일 오후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선정위원회에 최소한의 7가지 심사 요건을 전달했고 이를 토대로 업체가 자율적으로 제출한 제안서를 심의해 선정했다”면서 “요건을 내부에서만 알면 되지 왜 참여업체에 알려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본지의 보도에 대해 강한 불만도 쏟아냈다.

장 본부장은 “이렇게 황당한 기사내용은 처음 본다”고 언성을 높이면서 “매각한 부지 개발이 되지 않을 시 물어줘야 하는 이자가 170여억원이라는 부분은 잘못된 것으로 해당 토지는 가만있어도 앞서 발행한 공사채 이자 150여억원을 물어줘야 해 결국 개발이 되지 않더라도 20여억원의 이자만 차이 날 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같은 장 본부장의 주장은 원금을 제외한 이자만을 생각한 단순 계산과 본지 보도 내용을 왜곡해 주장한 것으로 근본적인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데 따른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장 본부장의 계산방식을 그대로 도시공사 담당자에게 질문했더니 원금을 제외한 이자만을 계산한 것으로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담당 팀장은 “매각대금인 1800여억원은 역북지구 개발을 위한 토지보상비 600억과 내년 만기 CP(기업어음) 1000억원 등에 사용될 예정”이라면서 “20억원의 차이 밖에 나지 않는다는 주장은 매각대금을 제외한 이자만을 생각한 단순한 계산”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만일 업체가 계약기간 내에 개발을 하지 않아 리턴(다시 사들여야)하는 일이 발생된다면 원금과 이자를 포함한 1970여억원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사실 막막하다”며 “지금으로선 또 다시 토지리턴제를 추진해 매각하는 방법 밖에는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만약 개발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해당 토지를 다시 사들여야 하기 때문에 원금과 이자를 합한 1970여억원의 비용 마련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더욱이 가장 큰 문제는 도시공사 측 담당자의 말대로 재리턴을 실시하게 되면 역북지구 개발은 고사하고 자칫 이자놀음으로 끝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어, 이번 토지리턴제 매각을 추진한 도시공사의 개발업체 선정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한편, 용인도시공사는 김길성 전 사장 당시, 1900여억원의 공사채를 발행해, 역북지구 개발을 추진했으며 당시 도시공사는 부지 매각에 자신감을 보였지만, 지금까지 매각되지 않아 비난을 받자 최근 토지리턴제 방식으로 매각을 추진했다.

이렇게 역북지구 개발에 실패를 경험했던 도시공사가 이번 토지리턴제 매각으로 만일의 사태에도 대비해야 하지만 개발이 이뤄지지 않는 최악의 상황에 대해 애써 외면하려는 것인지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은커녕 검토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