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7일 용인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가 시 시민안전과가 올린 '재난관리기금 운용 및 관리'조례를 심의하고 있다.

[Y사이드저널 박상욱 기자] 용인시의회의 주마간산식 심사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논란은 재난관리기금을 특정 경우에 지원하기 위해 시가 제출한 조례가 지원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는데도 시의회가 제대로 따지지도 않고 통과시켜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용인시 시민안전과는 지난 14일부터 열린 217회 임시회에 <재난관리기금 운용 및 관리 조례> 개정안을 올렸다. 조례는 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의 심사에서 의원 전원 찬성을 거쳐 18일 본회의에서 최종 통과됐다.

이번 조례는 지난해 11월 발생한 덕성리 화재 등 용인시가 사유시설 화재에 재난관리기금을 사용해오던 관행에 대해 논란이 일었다. 원칙적으로 재난기금은 공공시설이 아닌 사유시설 화재진압에 사용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용인시가 명확한 지원 용도를 조례로 만들기 위해 발의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의 핵심 쟁점은 재난관리기금을 사유재산 화재진압에 사용할 수 있는지, 또 만일 가능하다면 어떤 기준으로 기금을 사용할건지에 대한 부분이다.

그런데 통과된 조례에는 이와 관련된 내용이 전혀 없다. 실제 조례에는 ‘재난기금은 ▲재난 및 안전사고의 긴급대응을 위해 시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항에 기금을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규정은 이미 상위법에서 정해놨다. 실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는 재난기금은 원칙적으로 ‘국가나 지자체가 소유하거나 관리하는 시설’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해 놓고 있다.

다만, 같은 법 시행령에 ‘지자체장이 재난 및 안전사고의 긴급 대응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항’은 재난기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사유재산 화재에 재난기금을 사용해도 된다는 구체적인 언급은 없으나 용인시 이를 지원이 가능하다고 해석해 조례를 만든 것.

여기에 더 큰 문제가 있다. 사유재산 화재 지원에 대한 기준도 없다. 어떤 화재에 재난기금을 사용하느냐에 대한 기준이 없다보니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기준을 만드는 일도 그리 만만치 않아 보인다.

사정이 이런데도 도시건설위는 심사 과정에서 이 같은 문제를 전혀 살피지 않고 17일 의원 전원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이와 관련해 일부 의원은 허술한 심사를 인정했다. 도시건설위 한 의원은 “따져 봤어야 할 문제를 제대로 따져 못한 것 같다”며 “솔직히 다른 조례에 집중하느라 이 조례를 느슨하게 검토했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의원은 아예 이 조례에 관심도 없었다. 이 의원은 “전문위원이 문제없다고 검토의견을 내 그런 줄 알았다”는 황당한 답변을 했다.

이번 조례 개정안 통과로 앞으로 사유재산 화재진압 시 쓰여지는 재난기금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용인시는 사유시설 화재에 재난기금을 선별적으로 사용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도 명확한 기준은 없다는 입장이다.

17일 Y사이드저널과의 전화 통화에서 용인시 시민안전과 관계자는 “사유시설의 화재라도 공공 안전을 위협한다면 재난기금을 사용할 수 있다”면서도 “명확한 지원 기준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용인시의회 자치위 윤원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8일 5분 자유발언에서 “용인시는 덕성리 화재에 재난관리기금의 용도에 맞지 않게 사용해 문제가 됐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