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사이드저널 국용진 기자] 차병원그룹 회장 등에게 불법으로 제대혈을 투여해 논란을 빚었던 차병원이 제대혈 기증자들에게 공식 사과했다.

3일 중앙일보의 단독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아기를 출산한 이모(31ㆍ여)씨는 차광렬 차병원그룹 총괄회장과 가족의 불법 제대혈 주사 시술 의혹을 접하고 기가 막혔다.

이 씨가 출산한 곳은 차병원. 분만실에 있던 이 씨에게 간호사가 '제대혈 기증 동의서'를 내밀었다. 출산이 임박해 정신이 없던 와중이어서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연구용으로 쓰인다’는 설명에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 서명했다.

그런데 자신이 기증한 제대혈이 병원 소유주 일가에게 쓰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

실제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 조사에서 차광렬 회장은 부인, 부친(차경섭 명예이사장)과 함께 제대혈에 대한 임상시험에 연구 대상으로 등록하지 않고 제대혈 시술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 차병원이 제대혈 기증자들에게 보낸 사과문. (자료=중앙일보 기사 캡처)

이와 관련해 차병원은 제대혈 기증자들에게 공식 사과했다. 김동익 차병원장 명의로 작성된 사과문에서 병원 측은 “저희 차병원 기증제대혈은행은 최근 기증제대혈 문제로 기증자분들게 큰 고통과 심려를 끼쳐드리게 돼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기증받은 1만5000단위의 제대혈 중 무게나 세포수가 법적기준에 미달인 부적격 제대혈은 폐기되거나 기증자의 동의대로 연구용으로 사용된다”며 “최근 소량의 제대혈이 엄격한 연구절차를 지키지 못해 물의를 일으키게 된 점을 참담한 심정으로 책임을 통감한다”고 덧붙였다.

또 “문제가 된 제대혈은 부적격 판정을 받은 연구용 제대혈로 용도도 미용성형 목적이 아닌 암 재발 예방과 중증 뇌졸중 치료를 위한 탐색연구로 이뤄진 것”이라면서 “그러나 다양한 연구과제를 진행하다보니 일부에서 연구윤리 의식이 소홀했던 점을 다시 한 번 깊이 반성한다”고 했다.

차병원 측은 그러면서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치 않도록 철저한 관리와 기증자들의 순수한 기증정신이 훼손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심려를 끼쳐드려 다시 한 번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제대혈 기증자들은 “병원 측이 자신들을 회장 일가에 제대혈을 제공하는 도구로 삼았다”며 병원의 해명과 사과를 요구했고, 경기 성남분당경찰서는 보건복지부로부터 의뢰 받아 차병원 제대혈은행장 강모 교수를 제대혈 불법시술 혐의로 수사 중에 있다.

한편, 제대혈이란 태아의 탯줄에서 나온 혈액이다. 혈액을 생성하는 조혈모세포와 줄기세포가 많이 들어 있으며, 현재 산모가 연구용으로 기증하는 경우에만 제대혈은 활용할 수 있으고 기증받은 제대혈이라도 질병관리본부의 승인을 받아 치료 및 연구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