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사이드저널 박상욱 기자] 용인시가 원칙적으로 일반인의 사유시설에 사용이 제한된 재난관리기금을 특정 업체에 지원하기 위해 정부 유권해석까지 받는 등 발 벗고 나서 논란이다.

더욱이 용인시는 재난기금 민간업체 지원을 반대하는 용인시의회의 지적을 피해가기 위해 면피성 유권해석을 받는 등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는 게 해당 업체 운영자가 용인시장의 친인척 때문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시와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9월 12일 밤 처인구 덕성리에 있는 한 폐목 야적장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는 발생 10여일만에 진화됐다.

자연발화로 추정되는 이 화재는 소방서 추산 허용 보관량인 2240톤에 4배가 넘는 1만여톤의 폐목을 쌓아 놓은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이 사업장은 2014년부터 3차례나 자연발화에 의한 불이 났던 것으로 드러났다.

화재 당시 용인시와 소방서는 주변 산으로 불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260여명의 인력과 포크레인 등 중장비 167대를 동원해 진화에 나섰다. 비용만 1억700여만원에 달하며 이는 업체가 부담하는 돈이다.

그런데 논란이 불거졌다. 용인시가 1억여원을 재난관리기금에서 사용한다는 방침을 세웠고, 이에 시의회가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제동을 걸었기 때문.

용인시의회 윤원균 의원은 지난 211회 임시회에서 “민간업체에 재난관리기금을 지원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 있고, 혈세 낭비”라고 지적했다.

실제 재난관리기금이란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재난에 대비하기 위해 지자체가 적립하는 예산으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국가나 지자체가 소유하거나 관리하는 시설’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공공분야 재난 예방활동에는 지자체 판단에 따라 사용할 수도 있다’고 했다.

시의회가 재난기금 사용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자 용인시는 더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 정부에 유권해석을 의뢰했고, 지난달 재난관리기금 사용이 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취재진은 관련법에 따라 재난관리기금을 민간업체에 사용할 수 없음에도 정부는 왜 가능하다고 했는지가 궁금했다.

그런데 석연치 않은 점이 확인됐다. 용인시가 정부에 질문한 내용이 이상했기 때문이다. 해당 업체의 불법으로 허용 보관량의 4배를 초과해 폐목을 쌓아 놓다 자연발화로 발생된 화재를, 공공성이란 납득하기 힘든 명분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실제로 용인시가 국민안전처에 보낸 공문에는 ▲인접 야산으로 화재가 확산 ▲유해물질, 대기오염 등 사회재난 피해확산 우려 ▲인근 지역 화재연기에 따른 민원 다수 발생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화재의 규모가 상당해 소유자에게 긴급조치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으로, 화재진압 및 긴급복구활동을 위해 사용된 비용을 재난관리기금으로 집행이 가능한지’의 여부를 물었다.

‘화재의 규모가 상당해 소유자에게 긴급조치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란 말뜻이 궁금했다. 아마도 대형 화재로 소유자(해당 업체)가 1억여원의 복구비용을 감당할 능력이 없어 시가 대신 재난기금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얘기처럼 들린다.

그런데 유권해석을 직접 의뢰한 처인구청의 주장이 황당했다. ‘소유자의 긴급조치를 기대할 수 없다’란 말이 직접 화재를 진화할 능력이 없다는 뜻이라는 것.

처인구 건설도로과 관계자는 “‘소유자(업체)에게 긴급조치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란 ‘스스로 불을 끌 능력이 없다’란 뜻”이라면서 “업체의 재정능력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불을 직접 끌 수 없기 때문에 119에 도움을 요청하는 행위가 ‘긴급조치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란 얘기로, 이 말을 뒤집어 보면 불을 직접 끌 능력이 없는 화재가 발생하면 모든 민간에 재난관리기금을 지원한다는 뜻으로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처인구는 최근 3년간 처인 지역에서 발생한 화재로 재난기금을 지원한 사례는 20여건, 1100만원이라고 밝히면서도 이번 화재처럼 정부에 재난기금을 사용해도 되는지를 묻는 유권해석을 받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처인구 건설도로과 관계자는 “관내 화재 중 소방서가 보유한 장비로 수습이 안 돼 사설 장비를 동원한 모든 화재에는 기금을 지원했다”며 “3년간 20여건, 1100만원의 재난기금이 투입됐고 유권해석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취재진은 보다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 3년간의 재난관리기금 세부 사용 내역을 물었지만 처인구 건설도로과는 답변을 거부했다. 이 부분은 후속 취재를 통해 보도할 예정이다.

이어 취재진이 유독 이번 화재에만 정부 유권해석을 받은 이유에 대해 묻자 “자체적으로 지금까지는 지원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해 지원했고, 이번에 재확인을 위해 유권해석을 받았을 뿐, 다른 의도는 없다“고 해명했다.

취재진은 이러한 내용을 국민안전처에 설명한 뒤 용인시에 재난안전기금 사용이 가능하다고 유권해석을 내린 이유에 대해 묻자 뜻밖의 답변이 돌아왔다. 용인시가 면피용으로 유권해석을 받은 것 같다는 것.

14일 Y사이드저널과의 통화에서 국민안전처 예방총괄과 관계자는 “용인시가 공공성을 강조하며 재난기금을 사용하겠다는 의지가 보였고, 화재 발생의 면면에 대한 확인이 어려워 지자체의 말에 의존해 판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때문에 공공성이란 명분을 내세워 재난기금 사용을 요구한다면 정부는 기금 사용을 제한하기가 사실상 힘들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용인시가 유권해석을 의뢰한 내용을 보면 이미 사용하겠다는 결론을 내놓고 질의한 것으로 결국 책임만 정부로 돌리는 면피성”이라고 속내를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