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도 변경을 추진해 특혜논란이 일고 있는 1만3119㎡의 에너지관리공단 부지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이전 정책에 따라 용인에 있는 에너지관리공단이 부지매각을 준비하면서 공단부지 용도를 변경해 달라는 서류를 시에 제출해 특혜 논란이 일고 있다.

시와 공단에 따르면, 수지구 풍덕천동에 위치한 에너지관리공단은 올해 6월, 공공기관 지방이전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공단부지의 용도를 준주거지역으로 변경해 달라며 관련 서류를 용인시에 제출했다.

공단이 들어서 있는 부지가 1종 일반주거지역으로 건물 높이가 4층 이하의 층수와 면적이 제한돼 있어 용도가 변경되면 10층 이하의 건물로 높이가 완화돼 매각이 쉬워진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용인시 도시계획심의위원회는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용도변경은 특혜라는 것.

도시계획심의위원회는 지난달 24일 회의에서 용도변경 시 수백억원의 땅값 차액이 생겨 사실상 특혜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공단측 요구를 보류한 상태다.

도시계획심의위원회 이윤규 시의원은 “에너지관리공단의 요구대로 용도를 변경을 할 경우, 현재 4층 미만의 다가구와 단독 주택을 지울 수 있는 부지가 최대 10층 높이의 병원과 오피스텔, 도시형 생활 주택 등 다양한 건축물이 들어설 수 있게 된다”면서 “이 때문에 공단은 건축물과 부지매각을 통해 수백억원의 땅값 차액이 발생돼 이는 특혜”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 취재 도중 이상한 점이 발견됐다. 지난 2003년 시가 변경한 에너지관리공단 부지는 1종 일반주거지역이 아닌 2, 3종 일반주거지역이나 준주거지역으로 용도를 바꿨어야 했기 때문.

실제로, 공단 건물은 지난 1996년 이미 8층 높이로 지어져 1종 일반주거지역에서 규정하고 있는 ‘건축물 높이를 4층 이하로 제한’한다는 규정에 맞지 않다. 이에 시는 공단 인근 지역이 4층 이하의 주택이 많아 1종 주거지역으로 지정했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에너지공단의 용도가 변경되면 수백억원의 가치가 상승하는 땅값도 문제지만 시가 1종 주거지역으로 지정할 당시, 아무 말 없던 공단이 왜 이제야 준주거지역으로 변경하려 하느냐이다.

공단의 이 같은 배경이 납부해야 할 세금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제1종 일반주거지역의 경우, 준주거지역에 비해 들어서는 시설이 제한적이고 또 상대적으로 땅값이 싼 편이다. 때문에 공시지가에 의해 재산세와 토지세 등의 세금이 부과되는 점을 감안할 때 지난 10년간 공단은 비교적 낮은 세금을 납부한 셈이 되기 때문.

실제로, 수지구청 세무과는 “일반적으로 1종 일반주거지역은 준주거지역보다 공시지가가 싸기 때문에, 이에 비례해 재산세가 적다”고 말했고 용인시청 토지정보과 관계자 역시 “준주거지역이 1종 일반주거지역보다 최소 10%이상 개별공시지가가 높은 편”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계산을 통해 에너지관리공단이 지난 2003년 1종 일반주거지역 지정된 이후 지금까지 10여년 동안 공단부지 1만3119㎡에 대한 재산세 10억5100만원을 납부한 것으로 확인돼 이를 준주거지역이 10%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까지 최소 1억여원 이상의 차액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정부는 에너지관리공단 부지 용도변경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인 반면 용인시는 별문제 없다는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사이드저널과의 전화 통화에서 “특정 건물만 용도 변경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공단의 주장처럼 단순 매각을 위한 용도변경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용인시는 당시 용도변경에는 문제가 없다면서도 현재 건물 현황과 맞지 않아 변경이 필요하다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고 있다.

시 도시개발과 관계자는 “당시엔 주변 환경을 고려해 1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용도를 지정했다”면서도 “현재 에너지관리공단 건축물 현황과 용도지역이 불일치 해 용도변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시는 2003년 당시 주변 환경을 고려해 용도를 변경했다 면서도 이제 와선 그 용도가 현재 현황과 맞지 않아 다시 변경해야 한다는 말로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어 관계자는 “이번 용도지역 상향 조정에 따른 특혜의혹이나 형평성 논란이 예상돼, 건폐율과 용적률은 상향조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취재 결과, 관계자의 말과는 달리 이번 용도변경은 주변을 제외한 에너지관리공단 부지인 1만3119㎡의 특정 부지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특혜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에너지관리공단은 용도변경은 부지 매각에 필요한 조치로 특혜는 아니며 2003년 당시 이의 제기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모른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에너지관리공단 관계자는 “현재 공단부지 용도변경은 지방 이전을 위한 것으로 조속한 매각이 필요해 신청한 것이며 특혜는 아니다”면서 “(2003년) 당시 종세분화를 통해 용인시가 1종 일반주거지역으로 결정한 이유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이어, 공단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오래전 일로 알 수 없다”는 애매한 답변을 덧붙였다.

이에 따라 용인시가 에너지관리공단 특정 부지에 대한 용도변경과 관련해 어떤 결론을 내릴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