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사이드저널 박상욱 기자] 정부가 강행하고 있는 ‘지방재정개혁’에 강하게 반발하는 경기도내 시민들로 결성된 6개 지방단체 ‘세금지키기’ 시민단체 등이 오는 11일 서울 정부청사 앞에서 대규모 시위를 예고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기도가 사실상 이를 저지하도록 하는 내용의 협박성 문서를 해당 지자체에 발송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번지고 있다.

더욱이 이 문서는 공식적인 성격의 공문이 아닌 제목과 수신자만 표시돼 있는 일반 문서며 누가 보냈는지도 표시하지 않았다. 게다가 팩스 발신자 표시까지 없어 문서의 내용이 공개될 경우 파장을 예상해 경기도가 의도적으로 발신자 표시를 없앤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일고 있다.

정부의 지방재정개혁에 반발하는 경기도내 6개 시 감사관실에 팩스로 지난 1일 <지방재정개혁 관련 반대집회 참여자의 복무 관련 규정 검토>란 제목의 문서가 전송됐다.

이 문서의 내용을 정리하면 이렇다. 첫째 정부정책에 반대하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공무원의 집단행위는 파면 등의 징계 가능하다는 것과, 둘째 단체장은 법적 징계 대상은 아니나 재정적 패널티를 줄 수 있다는 경고성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면서 이를 근거로 하는 관련법과 대법원 판례를 제시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11일로 예고돼 있는 ‘지방재정개혁 철회’ 대규모 집회는 시민단체 등인데 왜 이 시점에서 공무원들에게 경고를 하는지 선뜻 이해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서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렇게 해석될 수도 있다.

겉으로는 공무원들에게 보낸 경고 메시지 같지만, 속내는 지자체로부터 예산을 지원받거나 협력 관계에 있는 지자체가 단체를 설득해 집회를 막아달라는 것으로도 보이기 때문이다.

더 이상한 점은 이 문서의 어디에도 발신자가 누군지, 또 누가 보냈는지를 알 수 없게 발신 팩스번호까지 없었다. 이 문서의 출처가 불분명하다는 얘기다.

▲경기도 감사총괄담당관실이 6개 불교부 단체에 보낸 문서.(자료제공=뉴시스)

취재 결과 이 괴문서는 경기도 감사총괄담당관이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2일 Y사이드저널과의 전화 통화에서 경기도 감사총괄담당관실 관계자는 “감사담당관이 ‘윗선에서 시켰으니 6개 지자체에 보내라’고 해 해당 문서를 보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그 문서의 내용을 잘 모른다”고 말한 뒤 문서에 발신 팩스번호가 찍히지 않은 것에 대해선 “모르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취재진은 발신자 번호 없이 팩스를 보내는 게 가능한지가 궁금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어렵지 않다는 게 업계의 얘기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팩스를 보낼 때 발신번호가 노출되지 않으려면 휴대전화와 마찬가지로 발신자가 고유코드 등을 먼저 입력한 뒤 번호를 누르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말대로라면 선뜻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 있다. 지금까지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지방재정개혁안은 소탐대실의 전형적 정책”이라고 비판하며 정부의 ‘지방재정개혁’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기 때문.

그렇다면 둘 중 하나다. 이번 괴문서 발송이 남 지사의 뜻과 상반되는 공무원의 독자적 행동이거나, 아니면 남 지사가 이를 알고도 묵인한 셈으로 결국 남 지사가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는 얘기가 된다. 논란이 되는 대목이다.

어찌된 일인지 감사담당관에 직접 확인하려 취재진의 휴대전화 번호를 남기는 등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연결되지 않아 자세한 내용을 들을 수 없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 감사담당관 관계자가 언론과 인터뷰한 내용이 있었다. 문서는 행자부 감사관이 작성했다는 것.

2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감사담당관 관계자는 “(1일) 정부합동감사 차 방문한 행정자치부 감사관이 ‘6개 지자체 시민의 상경집회 예고 기사를 봤다. 공무원들의 피해가 없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며 “행자부 감사관이 작성한 문서를 그대로 전달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니까 반대 집회를 정부가 나서 막으려 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행자부 감사관은 사실무근이란 입장이다.

행자부 감사담당관은 “11일 예정인 시민 상경집회에 공무원들이 동원된다는 언론 기사를 보고, 공무원 피해가 없도록 각 지자체에 알리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경기도 감사담당관에게 전달한 것 뿐”이라면서 “문서는 작성하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이번 논란에 대한 경기도 감사담당관의 해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