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사이드저널 국용진 기자] ‘동성애’ 지지 발언을 했다며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맹공격하던 새누리당이 정작 자신들이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만든 윤리강령에 버젓이 동성애를 옹호하는 내용을 담아 논란이 번지고 있다.

국민일보는 <'동성애' 반대 새누리당, 윤리강령에 동성애 옹호 조장이 웬말>이란 제목의 12일자 기사를 통해 “상대 당 후보에게 동성애를 지지한다며 연일 공격을 퍼붓는 새누리당이 정작 자신들의 당 자체 윤리강령에 동성애를 옹호·조장하는 규정이 들어있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실제 새누리당 홈페이지(www.saenuriparty.kr)/소개/윤리강령 제20조(차별금지)에는 ‘당원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나이, 종교, 출신지, 국적, 인종, 피부색, 학력, 병력(病歷), 신체조건, 혼인ㆍ임신 또는 출산 여부, 가족형태 또는 가족상황, 정치적 견해, 실효된 전과, 성적(性的) 지향 등을 이유로 정치적ㆍ경제적ㆍ사회적ㆍ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어떠한 차별도 하지 아니한다’고 돼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대목은 ‘성적 지향’ 부분이다. 성적 지향(性的指向, Sexual orientation)의 사전적 의미는 자신이 이끌리는 이성, 동성, 혹은 복수의 성 또는 젠더를 나타내며, '성적 취향'이나 '성적 성향'이라는 용어도 종종 동일한 의미로 사용된다고 돼 있다.

▲ 새누리당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윤리강령 캡쳐.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교계 일부에서 해당 조항에 대한 즉각 삭제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교회언론회 이병대 사무총장은 “지난 2013년 당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국회에 발의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안’과 같은 내용”이라며 “특히 ‘임신 또는 출산 여부’ ‘정치적 견해’ 차별금지는 교계와 시민단체들이 국가와 사회질서 유지를 위해 강하게 반대했던 규정들”이라고 설명했다.

총신대 김규호 겸임교수는 “충격적이고 황당하다”며 “새누리당이 정책을 결정하는데 있어 충분히 검증하지 못하고 이렇게 무사안일하게 윤리강령을 만든 것은 제1당, 집권 정당으로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동성애를 반대해 온 새누리당이 이런 윤리강령을 두고 있으니 이제 어느 당을 믿고 동성애 반대운동을 펼쳐야 하는지 정말 안타깝다”면서 “특히 ‘정치적 견해’ 차별금지 조항은 서울 광화문 한복판에서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정권을 찬양해도 처벌할 수 없게 된다는 뜻으로 이 규정이 현실화되면 국가안보의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 안보를 강조하는 새누리당의 정책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용희 가천대 교수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상대 당 후보에게 동성애를 지지한다고 맹공격하면서 정작 자신들의 당 강령에 그런 조항을 넣은 것은 이율배반적”이라며 “국민을 대변한다는 보수정당인 새누리당은 즉각 삭제와 함께 향후 재발방지를 위한 책임자 처벌과 철저한 검증 절차가 필요하다”고 거듭 지적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관계자는 “우리 당 윤리강령에 이런 조항이 들어있는 줄 미처 몰랐다”면서 “어떻게 이런 조항이 들어가게 됐는지 해당부서에 알아보겠다. 새누리 당은 동성애를 옹호하고 조장하는 법 제정에 반대한다”고 해명했다.

이런 가운데, 표창원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동성애를 지지하자는 게 아닌 그들에 대한 차별을 반대한다는 것’이 당시 인터뷰 발언의 본질”이라며 “왜곡, 확대, 재생산된 내용이 퍼져 힘들고 어렵고 참담한 상태”라고 심경을 털어 놨다.

한편, UN 시민적 정치적 권리규약위원회(ICCPR 이하 자유권위원회)는 지난해 11월 5일(현지시간) 한국 정부에 국가인권위원회 독립성 보장, 포괄적 인종·성차별금지법 제정, 사형제 폐지, 국가보안법 일부 조항 폐지 등을 권고하는 최종 심의보고서를 채택했다.

최종 채택된 이 보고서의 내용 중에는 인종·성별·성적 취향 등에 근거한 차별을 막을 수 있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면서 동성애자 보호를 위한 법적 조치, 성별 임금격차 해소와 동일 노동·동일 임금 원칙 보장, 미혼모에 대한 차별 철폐를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