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학교폭력 사건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교사의 명백한 직무유기가 확인될 경우 사법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청은 ‘학교폭력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교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직무를 의식적으로 방기하거나 포기했다고 판단되는 경우 해당 교사를 형사입건할 수 있다는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지난해 11월 발생한 여중생 투신자살 사건을 수사 중인 양천경찰서에 해당 학생의 담임교사를 사법 처리하라는 지침을 전달했으며 이에 따라 양천서는 학교폭력에 시달려온 여중생이 투신자살하는 상황에 이르기까지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직무유기)로 해당교사를 형사 입건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강서경찰서도 중학교 1학년 학교폭력 피해학생 학부모가 교장과 담임교사가 학교폭력을 은폐했다며 지난달 20일 진정서를 제출했다고 8일 밝혔다.

학부모가 제출한 진정서에서는 "동급생으로부터 수차례 폭행을 당해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등 피해를 입었지만 교장과 담임교사는 학교폭력을 사전에 막지 못한 데다 은폐까지 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담임교사와 학교장을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한다는 계획이며 10여개월 동안 폭행에 가담한 7명의 가해학생에 대해서는 조사를 마치고 가정법원에 송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학교폭력이 발생했다고 무조건 교사를 형사입건하는 것이 아니라 명백히 직무를 유기한 경우에만 교사를 처벌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 단체들은 사실 확인에 나선 상태며 서울시교육청과 교육과학기술부도 이번 경찰 조사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교조 손충모 대변인은 "아직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면서도 "담임교사, 교장 등 학교 관계자가 학교폭력을 인지했음에도 학교폭력위원회 개최 등 법적 절차를 이행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시교육청과 교과부는 경찰조사를 지켜본 뒤 결과에 따라 처리한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