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사이드저널 국용진 기자] 회사인감을 무단으로 사용해 거액을 챙겼다 파면당한 ‘간 큰 공기업 직원’의 횡령수법이 알려져 아연실색케 하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강동원 의원(남원·순창)은 구 대한주택보증(주) 당시 채권관리업무 담당 직원이 회사인감을 무단으로 사용, 5억2000여만원의 공탁금을 횡령해 파면당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9일 밝혔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채권관리업무를 담당하던 A씨의 비리와 인감관리업무를 담당하던 B씨의 업무소홀로 5억2000만원에 달하는 법원 공탁금을 횡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공탁금이란 채권자가 이유 없이 채권 수령을 거부할 때 채무자가 법원이나 지정된 은행에 일정 금액을 걸어놓는 돈이다.

A씨는 지난 2013년 7월 채권관련 서류를 정리하다가 장기간 방치돼 있던 공탁금 출금에 필요한 법원 확정판결문을 발견해 이를 검토한 결과, 출금이 가능한 두건의 공탁금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A씨는 이를 상급자에게 보고하지 않고 인감관리업무 담당자인 B씨에게 매각용 인감증명서 발급용도를 ‘공탁기록 복사 등 일체의 행위를 A씨에게 위임한다’는 내용의 인감카드를 받아 매각용 인감증명서와 별도의 범용 인감증명서 2부를 추가로 발급받았다.

A씨는 이후 같은 해 10월 B씨가 자리를 비운 사이 책장 서랍 안에 있던 인감을 꺼내 임의대로 작성한 위임장 2장에 날인 후 앞서 공탁금 출금에 사용할 인감증명서 2부와 같이 인천지방법원에 제출해 공탁금을 빼돌렸다.

빼돌린 돈은 공탁금은 이자를 합한 총 5억2000여만원. A씨는 이 돈을 수표 2장으로 받은 뒤 보관해 오다 자신의 친동생이 대표로 있는 회사 명의의 2개 계좌에 나눠 입금한 후 동생과 지인에게 빌려주거나 자신의 빚과 생활비 등에 탕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A씨는 지난해 5월, 횡령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공탁금을 타업체에 양도한 것처럼 속이기 위해 허위 영수증을 받기 위해 관련업체와 접촉을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횡령사실이 적발되자 A씨는 지난해 6월 자신이 챙인 공탁금을 구 대한주택보증주식회사에 반환했지만 이 사실을 감사원이 검찰에 고발, 법원은 A씨에게 징역 1년5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강동원 의원은 “공기업의 엉망인 회사인감 관리로 거액의 공탁금을 횡령할 수 있는 사건이 발생해 내부감시 시스템이 우려스럽다”며 “이는 그동안 공공기관 개혁이 말뿐이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비판했다.

강 의원은 그러면서 “무려 115조원의 주택도시기금을 위탁관리업무까지 맡고 있는 공기업에서 횡령사고가 빈발한다면 자칫 기금마저도 부실해 질 수 있다”면서 “조속히 공직기강 확립과 경영의 투명성 제고는 물론, 내부감사시스템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주택관련 보증업무를 전담해 왔던 구 대한주택보증(주)은 지난달 1일 관련법에 따라 115조원 규모에 달하는 주택도시기금의 총괄 위탁업무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맡아 새롭게 출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