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의회가 영세상인 보호와 대형 유통업체의 독과점을 막기 위해 주말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을 내용으로 하는 조례 개정안을 돌연 철회해 논란과 함께 로비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올해 1월, 대규모점포의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일을 지정해, 건정한 유통질서 확립과 근로자의 건강권 보호 및 지역경제의 상생발전에 기여코자 ‘유통산업발전법 일부개정안’을 공포했다.

이에 따라 인근 성남과 수원시는 이미 시행되고 있으며 용인시의회 역시 지난 3월, ▲대규모점포의 영업시간을 오전 0시~오전8시까지 제한하고 ▲매월 2일(둘째,넷째 일요일) 의무휴업일을 지정한다는 등을 주요 골자로 하는 ‘용인시 전통상업보존구역 지정 및 대규모·준대규모 점포의 등록제한 등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 논의됐다.

이번 개정안은 이우현 부의장이 대표 발의하고 7명의 시의원이 공동 발의해 오는 12일 열리는 임시회에서 심의해 결정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임시회를 앞두고 대표 발의자인 이 부의장이 개정안에 대해 돌연 반대를 하고 나섰다. 신중한 검토가 더 필요하다는 것.

이우현 부의장은 “의원들 찬반 의견이 분분했고, 상인과 시민 입장이 대립되고 있어 대표발의를 철회했다”면서 “좀 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 부의장을 비롯한 7명의 시의원들은 4일 개정안 철회에 동의해 결국 공식 철회됐지만 이 과정에서 이상한 점들이 발견됐다.

용인시의회 사무국은 발의안 철회를 위해 의원들의 동의를 받는 과정에서 정식절차가 아닌 긴급을 요하는 전화통화로 동의 받은 것으로 확인돼 이번 개정안을 서둘러 철회하려고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번 개정안에 대한 의원들의 찬반 의견이 분분했다던 이 부의장의 말과는 달리 복지산업위원회 소속의원은 물론 공동발의한 의원 모두 이와 관련된 논의조차 전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복지산업위원회 신현수 의원은 “이번 조례안과 관련해 이우현 부의장이 찬·반 의견을 물어본 적도, 회의를 한적도 없다”면서 “조례안을 철회한 사실도 몰랐었다”고 말했고 추성인 의원 역시 “개정안은 이 부의장이 대표발의하기로 해 이후 어떻게 진행돼 왔는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문제는 또 있다. 용인시의회에서 이번 개정안에 대해 공식 철회한 날짜는 4일 이지만 그 이전인 지난달 31일 같은 내용의 개정안을 시가 발의해 입법예고 했다.

다시 말해 시의회에서 발의돼 진행 중인 사안을 중간에 집행부가 같은 내용으로 발의한 것인데 이는 전례 없는 일로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며 또한 시의회가 발의한 조례안은 입법예고 기간이 5일로 빨리 진행되는 반면 집행부가 발의하게 되면 입법예고 기간이 20일로 정해져 있어, 12일 열리는 임시회 기간 동안에는 이번 개정안을 다룰 수 없게 돼 결국 다음 회기로 넘어가게 된다.

이에 대해 이우현 부의장은 “복지산업위 김기준 위원장이 집행부에 조례안 발의를 요청했으며, 의회사무국에 철회요청도 직접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자세한 내용은 모른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이 부의장과 의원들의 입장이 부정적으로 바꿔 시의회가 다루기 어렵다고 판단해 집행부에 요구하게 됐다는 입장이다.

김기준 위원장은 “이번 개정안은 3월부터 나온 얘기로 불가피하게 총선이 끝난 후 매듭지으려 했다”면서 “하지만 현재 개정안을 발의한 이우현 부의장과 일부 상임위 의원들이 부정적 견해를 보이고 있어 시의회에서 통과되기 힘들다고 판단해 하루 빨리 이를 시행키 위해 집행부가 발의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대형마트 강제휴업과 관련한 개정안을 놓고 용인시의회의 난항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취재진은 해당 상임위 소속 시의원들이 이번 개정안 찬반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확인해 봤다.

취재결과 복지산업위원회 7명의 시의원 중 새누리당 신현수, 박재신, 추성인, 김선희 의원 등 4명 모두 반대 입장을 보였으며 민주당은 김기준, 정창진, 이우현 등 3명의 의원 중 이우현 부의장 1명만이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과 관련해 대형마트 관계자가 용인시의회를 방문해 의원들을 만났다는 후문이 돌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업체의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해당 시의원들을 만난 사실은 있다”고 밝혔고, 또 다른 대형마트 관계자인 K씨는 “시의원 요청에 의해 간담회 겸 간단한 식사자리를 가진 적 있다”면서도 누가 요청했고, 어디서 누구와 식사를 했는지에 대해선 공개를 거부했다.

이같은 황당한 주장이 사실이라면,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과 관련한 문제를 업체 관계자와 시의원이 의회가 아닌 은밀한 장소에서, 그것도 식사를 하며 만남을 가졌다는 것 자체가 상식밖의 일이라는 지적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시의회에 대해 영세상인들의 곱지 않은 시선이 나오고 있다.

처인구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소규모점포를 살리자는 취지로 주변 성남 수원은 벌써부터 시행하고 있는데, 용인만 늦어지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고, 수지의 또다른 상인은 “그나마 생색내기로 한달에 고작 2번인데 그것마저 하기 어려운건지, 또 의회는 대형마트 입장만 대변하는 건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이런 가운데 용인시의회는 7월 상임위를 재구성할 예정으로, 현재 용인시 발의로 바뀐 개정조례안에 대해 새로 구성되는 위원회에서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한편 경기도내 31개 시·군 중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 관련 조례를 공포·시행하는 지자체는 수원 성남, 안산, 안양 등 13개시로 이중 11개 지자체가 의원발의로 통과됐으며 의회심의만을 남겨둔 시는 3개시로 나타났다.

현재 용인시 관내에서 영업 중인 곳은 대형마트 9개소와 대기업 운영 점포 33개소 등 총 42개소로 이번 개정안에 적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