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세월호 10주기 다큐 방영 촉구 시민촛불> 집회를 KBS에서 열엇다. 사진은 21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준비위원회와 4·16연대, 4·16재단 등 293개 단체 주최 참가자들이 ‘세월호 참사 폄훼는 KBS 경영진은 물러나라’ 등의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한국기자협회 캡처)

[Y사이드저널 국용진 기자]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KBS에 모였다. 오는 4월 방송 예정이던 <세월호 10주기 다큐멘터리>가 사실상 불방돼서다. 유가족들과 293개 단체들은 KBS 이제원 제작1본부장과 박민 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주요 매체들에 따르면 어제(2월21일) 저녁,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세월호 참사 10주기 다큐멘터리를 6월 이후로 방영 연기 결정한 KBS를 규탄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다.

이날 집회는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준비위원회와 4·16연대, 4·16재단 등 293개 단체가 주최한 집회 참석자들은 KBS 박민 사장에게 당초 예정된 방영 날짜인 4월18일에 세월호 10주기 다큐멘터리를 방송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단체들은 “세월호 10주기 다큐멘터리를 예정대로 4월에 방영하고 앞서 불방 결정을 내린 KBS 이제원 제작1본부장과 박민 사장은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 세월호 10주기 다큐멘터리를 연출한 이인건 KBS PD가 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한국기자협회 캡처)

발언자로 나선 김순길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사무처장(단원고 2학년 9반 고 진윤희양 어머니)은 “0년 전 KBS가 세월호 참사 희생자 수를 교통사고 사망자 수에 빗대어 막말한 것에 대해 길환영 당시 사장이 머리 숙여 사과한 것을 지금도 선명히 기억한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10년이 지난 지금 이제원 본부장과 박민 사장은 당시 KBS가 약속한 공정보도를 망각하고 세월호 10주기 다큐멘터리 방영을 총선과 연결지어 무산시켰다”며 “절대 아물지 않을 유가족들의 상처에 다시 한번 굵은 소금을 뿌렸다”고 비판했다.

자리를 함께한 용혜인 새진보연합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10년 전 분향소에서 영정을 갖고 안산에서 서울로 올라와 KBS 사장을 만나겠다고 한 유가족들의 목소리, 영정 속 눈빛들을 지금도 잊기 힘들다”면서 “KBS는 상업방송에 담기지 않는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공익에 복무해야 하는 공영방송의 최소한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가운데 같은 날(21일)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성명에 따르면, 이날 시사교양국장과 세월호 10주기 방송 관련 회의를 한 자리에서 이제원 본부장은 “사측에서 4월 방영은 불가능하다고 하니 출연자들이 참여 거부 의사를 밝혔고, 그러면 4월 방송은 제작 중단할 수밖에 없는 거 아니냐”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러한 입장을 전달받은 연출 PD가 담당 부장에게 “4월 방송 제작 자체를 그만하라는 게 회사의 지시인지”를 확인차 묻자, 부장은 “그렇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와 다큐인사이트 제작진 등에 의하면 이제원 KBS 제작1본부장은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오는 4월18일 방영하기로 한 세월호 10주기 다큐멘터리를 ‘대형 참사 생존자들의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PTSD) 관련 시리즈’로 바꿔 6월 이후 방송하라고 지시했다.

22대 총선은 4월10일, 기존 방송 예정일은 총선 8일 뒤인 4월18일이었다. 이에 제작진이 항의했으나 KBS는 ‘4월 방영 불가’를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