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인시가 전국 최초로 경찰·소방·교육당국 관계자들과 매달 정례적으로 모여 시민의 안전 문제를 논의하는 ‘안전문화살롱’을 운영한다. 사진은 1일, 이상일 용인시장 등 참석자들이 안전문화 살롱 회의에서 옥상 화재대피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용인시 제공)

[Y사이드저널 박상욱 기자]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를 피하려 옥상으로 나가려 했지만, 문을 찾지 못하고 유독가스로 생명을 잃을 위험이 있다면?

실제로 지난 2020년 경기도 군포시 한 아파트에서 일어난 화재를 피하기 위해 옥상 쪽으로 올라간 주민들이 옥상으로 연결되는 문을 지나쳐 엘리베이터 기계관리실인 권상기실 앞으로 갔다가 숨진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이 아파트 가장 높은 곳엔 권상기실이 있었고, 옥상으로 향하는 문은 그 아래층에 있었다. 당시 이 아파트엔 옥상으로 나가는 문을 안내하는 표식이 없었다. 아파트 옥상 구조를 잘 모른 주민이 대피하려다 사망한 것이다.

용인특례시(시장 이상일)가 이 같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전국 최초로 관내 모든 아파트와 초·중·고 학교에 옥상으로 대피할 수 있는 문의 위치를 알리는 표지를 붙인다.

▲ 이상일 용인시장이 어제(1일) 소방서 소회의실에서 열린 ‘용인특례시 안전문화살롱’에서 화재 대피문 표지 지원을 위해 관련 예산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용인시 제공)

2월2일 용인시에 따르면, 이번 조처는 어제(1일) 용인소방서 소회의실에서 열린 ‘용인특례시 안전문화살롱’에서 나온 안기승 용인소방서장의 제안을 이상일 용인특례시장이 받아들인 데 따른 것이다.

이상일 시장은 “시민 안전에 꼭 필요한 조치로 판단돼 올해 상반기 추경을 통해 관련 예산 1억600여만원을 확보해 용인지역 모든 아파트에 ‘화재대피문’ 표지를 옥상으로 나가는 문에 붙이고, ‘화재대피문’을 안내하는 화살표 스티커도 붙이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는 군포 화재 사고 후 관련 조례를 제정해 피난 안내 테이프와 옥상 출입문 안내표지, 피난 경로 이탈방지 펜스 등을 설치하도록 권고하고 일부 금액을 지원했다.

현재 용인특례시엔 공동주택이 총 812개 단지, 4840개동 7623라인이 있으나 피난 안내 테이프가 부착된 곳은 1762곳에 불과해 아직 5861곳(76.9%)엔 안내표지가 없다.

▲ 용인시가 관내 아파트에 지원하는 옥상출입문 안내표지. (용인시 제공)

권상기실 등 비상구가 아닌 곳으로 가지 않도록 하는 피난 경로 이탈방지 펜스는 대상지인 5765곳 가운데 603곳만 설치됐고 나머지 5162곳(89.5%)엔 펜스가 없다.

옥상 쪽에 화재 대피 안내장치가 없는 아파트들에 필요한 모든 것들을 설치하고 부착하려면 1억600여만원이 들 것으로 추정된다는 게 용인소방서 측의 설명이다.

이상일 용인시장은 어제 회의에서 “경기도의 지원은 제한적이고 속도도 더디다 보니 용인시가 필요한 예산을 올해 상반기 추경을 통해 조속히 확보해 관내의 모든 아파트에 옥상으로의 대피할 수 있는 문이 어디인지를 안내하는 표지와 표식을 부착하겠다”고 말했다.

또 “주민들이 엉뚱한 곳으로 가 낭패 보는 일이 없도록 피난 경로 이탈방지 펜스도 설치할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용인시와 유관기관들이 시민의 안전을 위한 일에 힘과 지혜를 모은 결과인 오늘의 결정은 전국적으로 훌륭한 모범사례가 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 피난경로 이탈방지펜스. (용인시 제공)

이상일 용인시장은 회의에 함께한 김희정 용인교육지원청교육장도 관내 185개 초‧중‧고교에도 옥상 피난 안내가 필요한 것 같다고 하자 “아파트와 함께 학교에도 다 설치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안기승 소방서장은 “경기도가 조례를 통해 설치를 권고하고 있으나 비용 부담이 크고 법적 근거도 없어 한계에 봉착했는데, 이 시장님이 통큰 결단을 해줘 정말 감사하다”면서 “그렇게 하면 화재 발생 시 보다 쉽게 대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일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면 무작정 밖으로 나오기보단 집에서 안전하게 대기하는 게 낫고, 즉시 119로 신고해 공동현관 비밀번호 등을 알려주는 것도 구조에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용인특례시 안전문화살롱은 시장과 경찰서장, 소방서장, 교육지원청 교육장이 매달 정례적으로 모여 시민의 안전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로 전국 최초로 운영되고 회의체다.

이날 회의엔 이상일 용인시장을 비롯해 안기승 용인소방서장, 김경진 용인동부경찰서장, 이종길 용인서부경찰서장, 김희정 용인교육지원청교육장, 그리고 해당 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 회의 참석자들이 경북 문경에서 발생한 화재로 순직한 소방관을 추념하는 묵념을 하고 있다. (용인시 제공)

회의에 앞서 이 시장의 제안으로 참가자들은 경북 문경에서 화재 진압 중 순직한 두 소방관을 추모하며 묵념했다.

회의를 마친 뒤 이상일 용인시장 등 참석자들은 소방서 3층에서 열린 의용소방대 월례회의에 참석해 대원들을 격려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시장은 여기서 올해 2개 조직으로 나눠지는 의용소방대에 2대의 차량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상일 용인특례시장은 “작년 소방 관련 장비를 용인시가 지원하는데 3억9000만원을 투입하는 등 소방관과 의용소방대원들 활동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응원하고 있다”며 “올해는 의용소방대에 차량 두 대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용인시는 올해 초 5억원으로 시민안전보험을 들었다”면서 “용인에 주소를 둔 시민이 전국 어디서든 교통사고나 자연재해 등으로 피해를 입을 경우 일정액의 보험금이 지원된다”며 “시민의 안전을 위한 일에 용인시도 의용소방대처럼 열심히 일하고 있으니 올해도 힘을 모아 시민 안전을 위한 활동을 함께 열심히 하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