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인시가 경기도의회 상임위의 ‘장애인 가상현실 스포츠체험센터’ 설립 예산 전액 삭감과 관련해 대한장애인체육회와 함께 독자적으로 체험센터를 열 것이라고 밝혔다. (용인시청 전경)

[Y사이드저널 박상욱 기자] 용인특례시(시장 이상일)가 경기도의회 상임위의 ‘장애인 가상현실 스포츠체험센터’ 설립 예산 전액 삭감과 관련해 대한장애인체육회와 함께 독자적으로 체험센터를 열 것이라고 밝혔다.

9월26일 이상일 용인시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경기도의회에서 예산을 살리지 않을 경우 용인특례시가 대한장애인체육회와 함께 독자적으로 체험센터를 열 것”이라면서 “설립과 운영과정은 경기도교육청과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0일 경기도의회는 장애 학생들의 교육에 필요한 장비 구입과 콘텐츠 제작을 지원하기 위해 경기도교육청이 세운 ‘장애인 VR 스포츠체험센터’ 건립 예산 2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언론과 경기도의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부천 출신인 황진희 경기도의회 교육기획위원장 등 더불어민주당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왜 용인이냐’는 취지로 반대하며 예산삭감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다 보니 경기도교육청도 찬성한 용인특례시의 ‘장애인 가상현실 스포츠체험센터’ 설립 예산을 경기도의회가 모두 삭감하자 장애 학생들을 위한 교육이나 체육활동에 문제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관련해 이상일 용인시장이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이 무슨 행동을 하든 개의치 않고 용인특례시가 대한장애인체육회와 함께 체험센터를 세우고, 또 설립이나 운영과정에서 경기도교육청과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힌 건 센터 설립을 바라는 장애인들의 걱정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는 게 용인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장애인 가상현실 스포츠체험센터’는 대한장애인체육회의 공모사업이다. 용인특례시는 얼마 전 부산광역시와 전라남도 목포시와 함께 ‘가상현실 스포츠체험센터’ 대상지로 선정됐다.

이에 용인시는 대한장애인체육회, 경기도교육청과 업무협약을 맺고, 오는 12월 ‘장애인 가상현실 스포츠체험센터’를 연다는 계획을 세웠다.

용인시는 체험센터 장소를, 대한장애인체육회는 3억원의 예산으로 관련 시설을 만들기로 했다. 경기도교육청도 장애 학생들이 활용할 가상현실 장비와 교육 콘텐츠 제공을 위한 예산 2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 체험센터는 장애와 비장애의 벽을 허물고, 경기 남부지역 장애인과 장애학생들의 체육활동, 체험교육을 활성화하는 거점 시설이라는 점에서 용인뿐 아니라 경기도 전체 장애인과 장애 학생, 학부모 등이 큰 기대를 모았다.

용인시는 미르스타디움으로 이전한 옛 차량등록사업소 건물에 이 체험센터를 설립하기로 하고, 장애인 화장실이나 건물 외관과 내부 보수 등에 필요한 1억원의 예산을 ‘제2회 추경 예산’에 편성하는 등 센터 개소와 운영 준비에 박차를 가해 왔다.

▲ 경기도의회 광교신청사.

‘장애인 가상현실 스포츠체험센터’가 들어설 옛 차량등록사업소 부지는 시청과 가깝고 건물 공간이나 주차장이 넓어 장애인과 장애 학생들의 체육활동, 체험교육에 적합하다는 평이다.

용인시는 이곳에 경기남부지역 장애인이나 장애 학생들에게 맞춤형 운동을 처방하는 ‘체력인증센터’까지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장애인 가상현실 스포츠체험센터’와 ‘체력인증센터’가 함께 설립되는 건 전국에서 유일하다.

이상일 용인시장은 “이미 충북 천안시와 전북 익산시, 인천광역시엔 ‘장애인 가상현실 스포츠체험센터’가 운영되고 있는데 장애인과 장애 학생뿐 아니라 비장애인들도 이용 가능한 좋은 시설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기도 내에서 처음으로 용인특례시에 경기도 장애인과 장애 학생을 위한 체험센터가 생긴다고 해서 많은 이들이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상황에서, 경기도의회 소관 상임위원장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정파적이고 편협한 시각에서 예산 삭감을 주도한 것은 장애인을 무시하는 매우 무책임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용인시 관계자는 “민주당 소속으로 부천 출신인 경기도의회의 교육기획위원장이 지역 편중 운운하며 반대한 것에 대해 용인특례시 장애인단체 등은 ‘용인에 체험센터가 설립되는 걸 배가 아파서 못보겠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다”며 “이번 문제는 용인뿐 아닌 경기도의 타 도시 장애인 단체들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장애인 가상현실 스포츠체험센터를 용인에 설립하겠다는 것은 경기도의회가 아닌 대한장애인체육회의 공모사업이고, 경기도교육청도 공감해 예산을 지원하기로 한 사업을 부천 출신 경기도의회 교육기획위원장이 마음대로 예산을 깎고 경기도의회 예결위에서 예산을 살리지 못하도록 막은 건 권한 남용에 가까운 비상식적인 일”이라고 거듭 지적했다.

이상일 용인시장은 “해당 경기도의원은 장애인과 장애 학생 등으로부터 큰 지탄을 받게 될 것”이라면서 “일부 민주당 도의원들이 아무리 발목을 잡는다고 하더라도 용인특례시는 장애인과 장애 학생의 체육활동, 체험교육을 위한 시설을 만드는 일을 뚝심 있게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경기도의회 황진희 교육기획위원장 주도로 ‘장애인 가상현실 스포츠센터’ 관련 예산이 삭감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장애인 단체들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22일 ‘한국농아인스포츠연맹’은 경기도의회의 예산 삭감에 대해 경기 남부권 장애 학생들의 미래를 짓밟은 경기도의회 교육기획위원회 황진희 위원장의 사과와 설명을 촉구했다.

같은 날 ‘경기도신체장애인복지회 용인시지부’, ‘(사)한국장애인문화협회 용인시지부’, ‘(사)반딧불이’, ‘경기도장애인복지회 용인시지부’ 등 용인지역 4개 장애인단체도 경기도의회의 책임 있는 대책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용인 장애인단체 등도 “경기도의회 예결위에서 용인특례시가 지역구인 김선희 도의원(국힘) 등이 상임위인 교육기획위원회에서 삭감된 예산을 살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으나, 같은 지역 출신 민주당 도의원 일부는 반대까지 했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며 “내용이 사실이라면 경기도의회에서 용인 대표로서 역할을 포기한 것 아니냐”고 강하게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