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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어떻게 살아가요” 물난리에 살길 막막 [용인시]
박상욱 기자  |  ysidej@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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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3.07.27  14:4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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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인시 수지구 동천동의 한 지하 작업장에 물이 차오르고 있다. 사진 왼쪽에 빗물이 쏟아지고 있다. 사업장 CCTV 캡처.

“이게 무슨 자연재해입니까. 인재(人災)예요, 인재”

[Y사이드저널 박상욱 기자] 용인시 수지구 동천동에서 생선 가공·납품 작업장을 운영하는 A씨(51)가 기자에게 한 하소연이다. 평생 처음 겪은 수해로 이 작업장은 지난해 특별재난지역에 지정될 정도로 물난리를 겪은 곳이다.

A씨는 사업장이 물에 잠겨 16억원 상당의 재산 피해(피해자 추산)를 입었지만 정부로부터 받은 보상금은 400만원.

그런데 A씨는 이 피해를 재연재해가 아닌 인재로 봤다. 직접 발로 뛰며 하나하나 확인해 보니 추측은 확신으로 바뀌어 갔다.

취재를 종합하면, 작년 8월8일 용인시 수지구 동천동의 한 2층짜리 건물의 생선 가공·납품 작업장 지하 1층이 완전히 물에 잠겼다. 지하 1층 천장까지 물이 차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30분이 채 되지 않았다.

지하에 놔뒀던 대형냉장고와 가공설비 고장, 식자재 등이 못쓰게 돼 16억원(피해자 추산)의 상당의 재산 피해가 났다. 생선을 가공해 군대와 학교에 납품하던 A씨는 계약도 취소돼 졸지에 사업을 접게 됐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침수된 지역은 깔대기 모양쯤으로 이해하면 된다. 주변 마을보다 지대가 훨씬 낮고 침수된 건물지하는 마을 초입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해있다고 보면 된다.

침수 건물의 20~30여 미터 옆으로는 용인서울고속도로 방음벽이 가로막고 있다. 물이 고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 사고 지역 항공사진. 사고지점(노랑색)과 우수관을 막은 지점(하얀색), 지형의 높이(빨강색)를 표시했다. 사고지점 쪽으로 지형이 점점 낮아지는 것을 알 수있다. 


◆ 더 큰 비에도 사고 없었는데 이번에는 왜?

기상청의 강수량 기록을 보면, 침수 당일인 2022년 8월8일 해당 지역에는 총 강수량은 76.5mm, 시간당 최고 16.0mm의 비가 내렸다. 많은 양의 비는 내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날 건물 지하 1층이 완전히 잠긴 시각은 밤 11시40분쯤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더 많은 폭우가 내렸을 때는 지하층이 침수되지 않았다.

실제로 침수가 되기 전인 6월15일과 29일 이 지역 강우량은 각각 182.5mm와 136.0mm로 엄청난 폭우가 내렸다. 시간당 최고 강수량도 18.5mm와 24.0mm을 기록했다. 그런데 침수는 발생하지 않았다.


◆3년 전부터 우수관 이설 민원. 침수사고 당일 우수관은 막혔었다

침수 당일인 8월8일은 평소와 다른 이슈가 있었다. 침수 발생 10여 일 전인 7월27일 침수지역 윗마을에 사는 B씨는 자신의 땅에 설치된 우수관을 막아버렸다. 인근 27세대 주택에서 흘러나오는 빗물은 오직 B씨 주택 우수관을 통해야만 더 큰 우수관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

이 때문에 B씨는 2020년부터 수지구청에 27세대 주택의 우수관을 자신의 집이 아닌, 다른 곳으로 우회해 우수관을 설치해달라는 민원을 꾸준히 제기했다. 장마철 폭우가 내리면 과부하가 걸려 우수관이 파손되거나 빗물이 역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지난해 6월과 7월 내린 집중호우로 B씨의 집 앞마당은 심각할 정도로 땅이 내려앉으며 싱크홀이 생겨버렸다. 이로 인해 땅에 파묻혀 있어야 할 주택의 한쪽 모서리 부분이 노출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렇다 보니, B씨는 안전을 위해 자신의 집 땅속에 묻혀 있는 우수관을 막는 것 이외엔 할 수 있는 조치가 없었다.

결국 B씨는 작년 7월27일 우수관을 막았고, 2주 뒤인 8월8일 지하층이 침수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27세대 주택에서 모인 빗물이 우수관을 통해 빠질 곳이 없어지게 되자 빗물은 땅 위로 역류했다.

피해자와 인근 주민들은 진작 우회 우수관을 설치했다면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B씨가 제기한 ‘우수관 우회 설치’ 민원은 3년이 지난 올해 6월에서야 준공됐다. 용인시는 준공이 늦어진 이유로 주택 토지주들의 사용 승낙이 늦어져서라고 밝혔다.

용인시가 토지주들의 우수관 매설 문제로 시간을 보내는 사이 지하층 침수 사고는 벌어졌다.

   
▲  B씨 집 앞 마당 땅이 심각하게 내려 앉아 싱크홀이 생겼다.  (제보자 제공)


◆ 용인시 우수관로 관리 소홀?

용인시의 미흡한 우수관 관리도 한몫했다는 지적이다. 침수 건물의 위쪽에 있는 또 다른 C주택단지의 우수관이 언제부터인지 인근 고속도로에 설치된 ‘도수로’에 연결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이러한 사실은 침수사고 발생 전까지 토지주인 ㈜경수고속도로, 그리고 용인시도 전혀 알지 못했다.

‘도수로’는 지하가 아닌 땅 위에 설치돼 빗물이 흐르는 콘크리트 빗물받이로 보면 된다. 이 도수로는 사고가 난 침수 지점을 지나 인근 하천으로 최종 방류되도록 했다.

문제는 ㈜경수고속도로가 당초 비가 내리는 예상 처리량을 감안해 만든 도수로에, 앞서 언급한 C주택단지에서 발생하는 예측 불가한 양의 빗물이 쏟아졌다는 것이다.

확인 결과, 용인시는 C주택단지의 우수관 설치 현황에 대해선 알지 못하고 있었다.

   
▲ 침수 건물의 위쪽에 있는 주택단지의 우수관이 언제부터인지 인근 고속도로 ‘도수로’에 연결된 모습. 용인시는 이 관(흰색 원)이 언제 어떻게 설치 됐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용인시 “자연재해”, ㈜경수고속도로 ‘무응답’

지하층 침수와 관련해 용인시는 ‘자연재해’란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수지구청 관계자는 “침수사고 건물 위쪽 마을에 사는 B씨가 우수관을 막아 넘친 빗물의 양이나, 개인이 설치한 우수관의 방류량을 확인할 방법도,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을 파악할 방법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용인시는 개인이 만든 우수관이 어디부터 어떻게 연결됐는지 알 방법이 없다. 시는 공공관로 관리에도 벅찬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용인시는 침수사고의 책임을 ㈜경수고속도로로 떠넘겼다.

수지구청 관계자는 “토지주인 ㈜경수고속도로 측이 빗물 배수시설만 더 크게 제대로 만들었다면, 이렇게 큰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명확한 잘잘못은 피해자가 소송을 통해 확인하는 방법뿐”이라고 했다.

Y사이드저널은 ㈜경수고속도로 측에 사실 확인을 위해 통화를 시도하고 메시지도 남겼지만 자세한 내용은 들을 수 없었다.
 

◆ 피해자 “억울합니다. 누구한테 보상 받나요?”

A씨는 기자에게 억울함을 호소했다. 24일 만난 자리에서 A씨는 “20년간 평생 일궈온 사업이 느닷없는 비 피해로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됐다”며 “(우수관 우회 설치) 민원이 제기됐을 때 용인시가 조금만 서둘러 설치했더라면, 이렇게 큰 피해는 없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또 “16억원이란 큰 재산 피해를 보고 받은 보상은 고작 400만원이 전부였다”면서 “용인시는 ‘자연재해’라고 소송을 통해 내게 피해 원인을 밝히라고만 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용인시는 피해자들을 구제하고 감싸주지는 못할망정, 피해자에게 그 피해 원인을 찾으라니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혔다”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며 울분을 터트렸다.
 

◆ 시민 안전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용인시가 적극 나서야...

용인시는 ‘자연재해’라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피해자 가족은 사실상 일상도 포기한채 원인 파악에 매달리고 있다.

용인시는 책임 회피에만 급급한 모양새다. 시민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용인시가 원인 파악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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