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개 특례시 시장들이 대한민국특례시시장협의회 제1회 임시회의가 끝난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준 수원특례시장, 홍남표 창원특례시장, 이상일 용인특례시장, 이동환 고양특례시장. (용인시 제공)

[Y사이드저널 박상욱 기자] 작년 1월13일 용인특례시를 비롯해 수원가 고양·창원특례시가 출범 1년을 맞았다. 용인시 등 4곳은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 기초자치단체를 승격시켜 ‘특례시’란 명칭이 부여됐고 일부 권한도 이양됐다. 그러나 ‘특례시’에 걸맞은 권한이나 행정의 자율성이 많이 확보됐다고 하기엔 어려운 상황이다.

같은 해 7월 출범한 민선 8기 용인특례시 등 4개 특례시는 특례권한 확보를 통한 행정 자율성과 행정서비스 강화에 힘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6월1일 지방선거 결과 4개 특례시 모두 시장이 바뀌었고, 이상일 용인특례시장은 민선 8기 대한민국특례시시장협의회 대표 회장으로 추대됐다.

19대 국회의원을 지낸 이상일 용인시장은 윤석열 국민캠프 공보실장과 윤석열 대통령 후보 상근보좌역으로 대선 국면에서 윤 대통령 승리에 기여했다. 그는 정계와 중앙부처 요소요소에 두터운 인맥도 있다.

용인시는 특례시 승격에 따라 시 본청에 1개 국(局)을 추가로 설치하고, 3급 구청장이 있는 구청 1곳(처인구) 구청장을 보좌하는 국장급 담당관(4급)을 신설하게 됐다. 특례시 권한이 조금 커진 셈이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4개 특례시와 행안부는 그동안 100만 대도시에 걸맞은 행정서비스 제공과 권한 확보를 위해 ‘특례시지원협의회’를 구성, 특례시 이양 사무 86개 기능(383개 단위사무)을 발굴하고 소관 중앙부처와 광역지방자치단체에 보냈다.

▲ 지난해 8월, 용인시청 컨벤션홀에서 열린 대한민국특례시시장협의회 정기회의에서 이상일 용인특례시장 등 4개 특례시 시장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용인시 제공)

그럼에도 특례시 출범 1년이 된 지금, 자치분권위원회(향후 지방시대위원회)에서 심의를 완료한 사무는 25개 기능(185개 단위사무)에 그쳤다. 게다가 이양이 완료된 권한도 9개 기능(142개 단위사무)에 그쳤다. 이는 특례시가 이양을 요구한 권한의 10% 수준이다.

세종특별자치시와 제주특별자치도, 강원특별자치도 등은 법에 근거해 존재한다. 예컨대 세종자치시의 법적 지위와 조직, 재정 등은 ‘세종특별자치시설치등에관한특별법’이 명시하고 있다. 반면, 특례시의 법적 지위 등을 명시한 관련법은 없다.

해서 용인시 등 4개 특례시는 ‘특례시지원특별법’ 입법을 추진 중이다. 이 특별법에는 특례시의 법적 지위와 포괄적인 특례권한 명시, ‘특례시지원위원회’ 설치 등의 내용이 담길 계획이다. 특례시를 새로운 지방자치단체의 유형으로 명확히 분류해 법적 지위와 실질적 권한 확보, 정부 지원의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는 게 핵심이다.

특히 특례시지원위원회의 경우, 특례권한 확보의 동력을 얻기 위해 국무총리 직속 기구로 두자는 게 4개 특례시 시장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중앙부처-도-특례시 간 종합적인 조정·협의를 원활하게 하고, 자치분권위원회의 이양 결정사항을 법령 제·개정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일을 전담하게끔 하자는 것이다.

또, 이양 사무에 대한 비용을 추계하고 정부와 도의 지원방안을 마련하는 일도 이 기구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 지난해 11월29일, 이상일 용인특례시장이 창원특례시 진해해양공원 해양솔라파크 대회의장에서 열린 대한민국특례시시장협의회 제1회 임시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용인시 제공)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향후 지방시대위원회)가 광역자치단체 사무에서 특례시 사무로 권한 이양을 의결했음에도 개별법 개정안은 국회와 중앙부처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는 각 부처가 소관 개별법 개정에 소극적이고, 특례시가 아닌 다른 자치단체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서다. 때문에 용인시는 4개 특례시는 관련법의 일괄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3차 지방일괄이양이 추진되면 특례시는 대도시권광역교통관리에 관한 사무, 산업단지 개발, 관광(단)지 지정 및 조성계획 수립 등 11개의 주민 밀접사무와 지역특화사무에 대한 권한을 갖게 된다.

4개 특례시 시장들은 이러한 권한 확보를 위해 분투하고 있다. 특히 대한민국특례시시장협의회 대표회장으로 추대된 이상일 용인시장은 여당인 국민의힘 국회의원 출신인데다 윤 대통령 측근답게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가동하며 동분서주하고 있다.

▲ 지난해 10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간담회를 가진 후 이상일 용인특례시 등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용인시 제공)

이상일 시장은 지난해 10월 막역한 사이인 이상민 행안부 장관에게 연락해 특례시장들과의 만남을 주선하기도 했다.

이상일 사장은 또 우동기 국가균형발전위원장에게 앞으로 구성될 ‘지방시대위원회’에 특례시 시장 대표도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정부는 각 부처 장관을 비롯해 시·도지사, 시장·군수·구청장협의체 대표자 등 16명이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하도록 했지만 특례시의 목소리를 반영할 창구는 없어서다.

지방시대위원회는 관련법을 통합해 만들어지는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대통령 소속으로 설치된다.

특례시의 권한 사무를 의결했던 자치분권위원회는 지난해 7월로 임기가 끝났다. 특례시 권한 사무를 포함한 지방발전 문제는 지방시대위원회가 총괄하게 된다. 이상일 용인시장이 우동기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을 만난 이유기도 하다.

▲ 지난해 8월, 이상일 용인특례시장 등 4개 특례시 시장들이 대한민국특례시시장협의회 정기회의가 끝난 뒤 파이팅 포즈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용인시 제공)

용인시 등 4개 특례시는 다음달 특례시지원특별법 제정에 대한 공감대 형성을 위해 국회 정책토론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토론회엔 4개 특례시 시장과 국회 행정안전위 소속 의원, 4개 특례시 국회의원, 행정안전부 관계자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

전국대도시연구원협의회는 얼마 전 ‘특례시지원특별법 제정 기초연구’를 토대로 특례시지원특별법 초안을 만들었다. 이상일 용인시장을 비롯한 4명의 특례시장들은 이를 입법화하는 데 힘을 모으고 있다.

이상일 용인특례시장은 “정부의 6대 국정목표 중 하나인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열기 위해선 지역특성에 맞는 행정서비스와 특례시다운 충분한 권한과 자율성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게 옳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별법 필요성에 대한 객관적인 지표들과 근거를 제시하고, 국회와 중앙정부를 설득해 특례시지원특별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