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 축산과 직원들이 매년 AI나 구제역으로 휴일도 잊은 채 방역이나 사태 수습에 힘을 쏟고 있다. 사진은 가축 방역용 소독차를 이용해 AI 방역을 하는 모습. (용인시 제공)

[Y사이드저널 박상욱 기자]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늦은 저녁 용인시에 비상이 걸렸다. 이날 밤 9시40분쯤 처인구 백암면의 한 양계농장에서 닭 50여 마리가 한꺼번에 떼죽음 당했다는 AI(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의심 신고였다.

당황스러운 소식에 용인시 축산과 직원들은 크리스마스를 계획했던 가족에게 미안함보다 걱정이 앞섰다. 지난 11월 AI 발생으로 큰 홍역을 치러 그 고단함을 알고 있었고, 게다가 보통 아침에 신고되는 가축전염병 의심 신고와 달리, 늦은 저녁의 신고는 좋지 않은 상황으로 번질 수 있어서다.

곧바로 김인배 축산행정팀장과 김호훈 가축방역팀장은 다시 시청으로 차를 몰았다. 이들은 이날 오후까지도 사무실에서 업무를 봤었다.

담당부서인 용인시 축산과 과장이 최근 퇴직으로 공석인 상태여서 이들 팀장은 시청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살처분 대비 인력과 장비를 섭외하기 시작했다. 의심 신고가 접수된 곳이 소규모 농가라 장비 섭외는 어렵지 않았지만, 인력이 문제였다. 살처분 인력은 보통 용업업체에 맡기는데 크리스마스 이브 주말이고 너무 늦은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닭들을 살처분할 인력은 용인시 축산과 전직원이 대신하기로 했다. 이날 밤 20명 직원들은 집에서 비상대기하고 다음 날(25일) 출근하기로 했다. 이날 저녁 직원들은 가족과 연인,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용인시로부터 AI 의심 신고를 전달받은 경기도동물위생시험소는 25일 새벽 1시30분쯤 문제가 발생한 해당 농장을 방문해 죽은 닭들의 시료를 채취하고 간이 검사를 진행했다. 새벽 3시쯤 간이 검사 결과가 나왔다. 다행히 결과는 음성이었다.

그러나 직원들은 긴장감을 늦출 수는 없었다. 아직 최종 결과가 나오지 않아서다.

더디게 느껴지는 시간은 흘러 크리스마스 당일인 25일 오전 9시쯤 결과가 나왔다. 최종 ‘음성’. 닭이 폐사 원인은 ‘호흡기 질병으로 인한 폐사’로 환기 과정에서 농장 측의 실수로 닭이 얼어 죽은 거였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 용인시 축산과 직원들이 보낸 특별한 크리스마스는 이렇게 끝났다. 최초 신고가 접수된 지 11시간 20분 만이다. 이런 사실은 아무도 모르게 지나갔다. 묵묵히 자기 일을 해낸 직원들로 관련 업계와 시민들은 평안한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김인배·김호훈 팀장은 “용인시 모든 부서의 공직자들이 그렇듯 우리만이 할 수밖에 없는 일이 언제든 생긴다”면서 “매년 겨울이 오면 축산직 직원들은 AI 공포와 긴장으로 힘들어 진다. 이런 게 축산직의 숙명”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크리스마스에 가족과 함께 보내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지만 크리스마스 날 사무실에서 남자 팀장 둘이서 밤을 지샌 건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라며 기자에게 미소지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