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최근 진행한 제주 7대 자연경관 선정에 따른 국제전화투표 서비스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해당 서비스가 이용약관에도 없는 것으로 드러나 의혹이 커지고 있다.

제주 7대 자연경관 선정 전화투표와 관련해 KT는 14일 보도자료를 통해 “해외 투표시스템을 구축해 실시간 투표가 가능하도록 한 국제전화투표”라고 밝혔다. 하지만 KT 이용약관에는 '국제전화투표' 서비스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KT는 국제전화투표 서비스를 ‘투표서버를 해외에 구축한 국제전화방식의 투표시스템’이라며 이용료를 통화당 180원(부가세별도)으로 책정했다.

하지만 KT ‘이용약관’에는 ‘국제전화투표’라는 서비스 항목이 아예 없고, 다만 ‘전화투표서비스’라는 항목만 있으며 통화료는 ‘180초에 50원’으로 7대경관 선정투표 서비스의 1/3 수준에 불과했다.

또한 약관에는 국제 SMS 서비스 항목이 있으나 이 서비스의 표준요금 역시 전 세계 모두 “100원(부가세별도)”으로 통일돼 있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어떤 식으로든 처리(이용약관 변경)가 됐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의혹은 여전히 남아있다.

이는 KT가 ‘국제전화투표’라는 새로운 서비스 항목을 도입한 것이라면 ‘약관신고’ 의무를 위반한 것이 되며 기존 ‘전화투표서비스’의 연장이라면 약관 변경신고 없이 통화료를 자의적으로 올려 이 역시 약관을 위반한 셈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KT는 유선전화망의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약관 변경을 위해 방송통신위원회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용약관 신고를 하고 서비스하는 게 원칙”이라며 “사실관계를 더 파악해 따져봐야 하겠지만 만일 약관과 다르게 적용했다면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다.

관계자는 이어 “현재 KT와 관련해서 여러 사실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어 결과가 나와야 명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KT 새노조와 KT·계열사 노동인권 보장과 통신공공성 회복을 위한 공동대책위는 15일 이석채 KT 회장을 고발했다.

이들은 고발장에서 “국내 전화회선인 KT전화망을 통한 국내전화 투표를 실시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식별번호인 001(전화번호 001-1588-7715)를 사용함으로써 마치 국제전화를 사용한 투표방식인 것처럼 거짓말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발인(KT 이석채 회장)은 전화투표에 참여한 피해자 제주자치도 및 수백만 국민들로부터 국내 전화 요금이 아닌 국제전화 요금을 부과하는 방법으로 2011년 4월경부터 투표가 종료된 2011년 11월까지 최소한 50억 이상의 손해를 가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KT 새노조는 “‘슈스케’, ‘나는 가수다’ 등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전화투표서비스를 하고 비용을 책정하지만 이는 정보서비스로 분류돼 음성정보료로 받는다”면서 “음성 정보서비스 이용요금을 받지 않고 국제전화요금을 받았다면 이는 약관 위반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유선전화 음성정보서비스는 음성정보 서비스로 서비스 이용요금이 부가된다는 사실을 명확히 밝혀야 하지만 이번 국제전화투표 서비스는 음성정보 서비스라는 안내가 포함되지 않았다.

또한 KT는 7대 경관 투표 시스템에 대해 ‘투표 서버를 해외에 구축한 국제전화방식의 투표 시스템이어서 001을 사용’했고 ‘통화가 아닌 서버(기계)에 일방향으로 투표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KT 새노조는 “일반적으로 전화비를 부과하려면 ‘호신호(상대방이 전화를 받았다는 응답 신호)’가 있어야 한다”면서 “호신호가 없는 전화는 전화비를 부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새노조는 “전화를 받는 상대방이 없이 단지 데이터만 서버로 넘어갔는데 전화비를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인터넷에 국경이 없듯 데이터 서버를 어디에 두느냐는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KT측은 “국제전화교환기에 데이터든 음성이든 전기적 신호만 거치면 국제전화”라며 “국제지능망 교환기를 거쳐 일본 서버로 나갔기 때문에 국제전화”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7대 자연경관 선정 전화투표서비스’와 관련해 이제 남은 의혹을 푸는 것은 사법기관의 몫으로 넘어갔다.

한편 KT 이석채 회장은 19일 서울 광화문 올레스퀘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일부에서 제기하는 의혹이 국내전화를 국제전화로 둔갑시켰다고 하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라며 “수취인이 외국에 있는데 어떻게 국내전화로 투표하고 문자 메시지를 보낼 수 있겠느냐”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