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당 이은주 의원이 2016~2020년까지 건강보험공단에 의뢰해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5년 새 우울증과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앓는 경찰이 45% 늘었고 약물 처방을 하지 않는 정신과 외래상담을 받은 경찰도 31% 증가했다.

[Y사이드저널 국용진 기자] 경찰들의 정신건강에 빨간불이 켜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의당 이은주 의원(국회 행정안전위)이 2016~2020년까지 건강보험공단에 의뢰해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5년 새 우울증과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앓는 경찰이 45% 늘었고 약물 처방을 하지 않는 정신과 외래상담을 받은 경찰도 31% 증가했다.

이 기간 무려 109명의 경찰이 자살했고 올해 들어 불과 8개월 만에 16명의 경찰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은주 의원에 따르면, 경찰청과 18개 지방경찰청과 경찰대, 경찰인재개발원, 경찰병원 등의 경찰공무원들이 우울증(F32·F33), PTSD(F431), 보건일반상담(Z719) 등 3개 특정상병코드로 진료받은 인원수를 분석했다.

Z코드는 현재 정신질환은 없지만 정신과에서 상담이나 건강관리 등 보건서비스를 받을 때 쓰는 코드다.

그 결과 서울과 경기남부에서 일하는 경찰관들의 상태가 심상치 않았다.

지역별(지방경찰청 및 경찰서, 지구대·파출소 등)로 보면, 매해 우울증과 PTSD를 앓고 있는 경찰이 가장 많은 곳은 서울로 나타났다. 정신과 상담을 가장 많이 받은 이들 역시 서울지역 경찰들이다.

실제로 서울지역 경찰관 가운데 2016년 179명이었던 우울증(171명)·PTSD(8명) 환자가 2017년 191명(184명·7명), 2018년 220명(211명·9명), 2019년 226명(210명·16명), 2020년 254명(240명·14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 (SNS 캡처)

서울 못지않게 정신건강이 우려되는 지역은 경기남부다.

우울증과 PTSD로 진료를 받고 있는 경기남부지역 경찰은 2016년 89명(86명·3명), 2017년 113명(109명·4명), 2018년 151명(147명·4명), 2019년 142명(135명·7명), 2020년 161명(159명·2명)으로, 5년 새 81%나 증가했다.

특히 정신건강에 빨간불이 켜진 사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경찰도 5년 새 100명이 넘었다.

경찰청이 제출한 ‘최근 5년(2016~2021.8월) 본청과 시·도청별 자살 경찰관 현황’에 따르면, 2016년 자살한 경찰관이 27명에서 2017년 22명, 2018년 16명, 2019년 20명, 2020년 24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올해 들어서는 8월 기준 16명의 경찰관이 자살했다.

지역별로 서울이 24명으로 가장 많았다. 우울증과 PTSD, 정신과 상담을 받은 경찰관이 가장 많은 지역도 서울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서울지역 경찰관을 대상으로 한 정신건강 관리, 스트레스 관리가 보다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에 이어 경기남부가 두 번째로 자살 경찰관이 많았고 경남(12명), 전북(9명), 부산(8명), 인천(8명), 강원(8명), 충북(6명), 대구(5명), 대전(4명), 경기북부(4명), 전남(4명), 경북(4명), 울산(3명), 본청(1명), 광주(1명), 충남(1명), 제주(1명) 순으로 집계됐다.

이은주 의원은 “모든 자살의 원인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직무 스트레스를 호소하다가 자살을 선택한 사례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18년 9월 공무원재해보상법이 시행된 이후 인사혁신처가 관리하는 자료를 보면 A지역에선 교대근무나 직책에 대한 부담으로 체중이 급격하게 감소하는 등 피로와 스트레스가 누적된 경찰이 야간근무 중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B지역은 음해성 익명 투서가 접수된 후 2개월간 감찰 조사를 받던 경찰이 목숨을 끊기도 했다.

C지역에선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은 경찰이 강물에 투신 자살을, D지역과 E지역 경찰관은 각각 파출소와 숙박업소에서 목숨을 끊은 일도 있었다. 이들 모두 직무상 스트레스에 따른 자살로, 이들 자살 경찰관은 올해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에서 각각 순직을 승인받았다.

▲ (SNS 캡처)

경찰청 복지지원계는 경찰관의 순직, 공상, 마음건강 등 경찰 복지 관련 다양한 지원 업무를 하고 있는데, 이중 마음건강 분야는 경사 1명이, 자살 관련 업무 역시 행정관 1명이 지원하고 있어 전국 12만명이 넘는 경찰공무원의 마음건강과 자살 예방을 담당하고 있는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은주 의원은 “지난 5년간 경찰공무원의 자살률이 지속적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경찰공무원의 자살이 동료들에게 미치는 영향도 크다는 점을 감안해 볼 때, 현재 경찰청이 운영하고 있는 자살 예방 대책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찰 특화 자살 예방 교육 프로그램 개발과 인력증원, 그리고 수직적·위계적인 경찰 내 조직문화 혁신까지 삼박자가 고루 갖춰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경찰청은 2014년부터 경찰의 트라우마 전문치유를 위해 의료기관과 협약을 맺고 병원 내 마음동행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경찰청은 2022년 마음동행센터 상담 인력을 확대하고, 민간상담 지원을 확대하겠다며 관련 예산을 올해보다 2억7300만원 늘어난 39억3400만원을 편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