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노조가 12일 전국 총파업을 선언한 가운데 사측이 ‘PD수첩’ 제작진에게 ‘한미FTA’ 제작 중단을 종용했다는 의혹이 또다시 제기했다.

MBC 노조는 12일자 특보를 통해, “비조합원인 <PD수첩> 김영호 PD가 한미FTA 아이템과 관련해 촬영까지 모두 마쳤지만 김철진 시사교양2부 부장의 반대로 인해 방송이 무기한 보류됐다”고 밝혔다.

당시 한미FTA가 한국 사회에 미칠 영향을 따져보기 위해 미국과 FTA를 맺은 캐나다와 멕시코 현지를 찾아 취재를 마쳤던 김영호 PD는 방송을 내보낼 수 없었다.

노조는 “김철진 부장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다’ ‘선거법 위반이기 때문에, 총선 전에 이 아이템은 방송될 수 없다’”며 방송을 막았기 때문이라는 것.

이날 특보를 통해 김영호 PD는 “국장도 (김철진 부장과) 같은 반응이었다”며 “사실상 불방 통보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호 PD는 “(캐나다, 멕시코 등을) 취재해본 결과, FTA가 가져올 파장은 IMF를 능가할 것이지만 (15일 한미FTA 발효를 앞두고) 이런 중요한 사안을 아직까지 어떤 방송사도 구체적으로 다루지 못했다”면서 “FTA 문제는 굉장히 중요한 역사적 사안으로 이른 시일 내에 방송을 내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PD는 “캐나다에서 만난 보수적 성향의 법률가 한 사람이 '왜 당신들이 오는가, 정부가 알아야 할 중요한 정보이다'라고 말했다”며 “이것이 정치적 문제인지 방송을 막는 분들에게 되묻고 싶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동안 FTA는 취재조차 허락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취재를 시작하게 됐는가?”라는 MBC 노조 측의 질문에 “올 초 신년특집기획 때 자영업자의 몰락을 다루면서 부수적으로 FTA를 취재했고 이 과정에서 만난 전문가들이 FTA가 시행되면 자영업자들의 몰락이 훨씬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구성안을 본 김철진 부장이 자영업자들의 개별적 사례를 다루다가 갑자기 FTA가 나오는 것이 너무 뜬금없고, FTA처럼 복잡한 사안을 다루기엔 분량이 너무 짧다며 뺄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철진 시사교양2부 부장은 12일 한 언론과의 전화통화에서 “보도를 막은 적이 없다”며 "파업 중이라 <PD수첩> 자체가 방송되지 못하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김 부장은 이어 “한미FTA가 총선을 앞두고 큰 쟁점으로 떠올랐기 때문에 어떻게 방송을 하더라도 시비의 여지가 있어 총선 지난 후 방송할 것”이라며 “한미FTA 뿐만 아니라 론스타, 재외국민 참정권 아이템 역시 모두 제작을 마쳤으나 파업으로 인해 방송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며 파업이란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한미FTA편의 방송 날짜가 확정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이진숙 MBC 홍보국장 역시 12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파업이 시작돼 어차피 방송이 나갈 수 없는 상황"이라는 사측과 같은 입장만 되풀이 했다.

이진숙 국장은 "총선의 최대 쟁점인 이슈를 방송해봤자 회사에 득보다는 실이 더 많다"며 "한미FTA 편만 나가고 다시 프로그램을 쉬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 국장은 또 "한미FTA가 보수나 진보 어느 쪽으로도 기울어지지 않은 팽팽한 상태이기 때문에 결론낼 수 없는 것을 보여준다고 해봤자 저널리즘으로서 가치가 없는 프로그램"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MBC 사측의 이 같은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큰 관심을 모았던 PD수첩의 '검사와 스폰서'  경우 MBC노조가 파업을 진행하던 2010년 4월 당시 비조합원 신분이었던 최승호 PD가 제작, 방송한 전례가 있기 때문. 론스타, 재외국민 참정권 아이템의 경우에도 담당 PD가 MBC노조 조합원 신분으로 총파업에 동참하느라 제작을 완료하지 못한 것이기 때문에 한미FTA 아이템과 동일선상에서 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검사와 스폰서' 편을 제작했던 최승호 PD는 12일 한 언론과의 전화통화에서 "김영호 PD가 비조합원이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방송을 내보내겠다고 하는데도 오히려 회사측이 이를 못하게 막고 있다"면서 "이는 말도 안 되는 행태로 회사측은 '해품달' PD 등에게는 정상적으로 방송을 내라고 압박하고 있어 오히려 거꾸로 돼버렸다"라고 비판했다.

한편 김영호 PD는 이진숙 국장이 '저널리즘으로서 가치가 없는 프로그램'이라고 폄하한 발언과 관련해 "이진숙 국장은 내가 취재한 내용에 대해 알지 못한다"며 "도대체 어떤 근거로 '저널리즘적으로 가치가 없는 프로그램'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어 "언론인으로서 살아오면서 다른 누군가가 취재한 내용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한 채 '저널리즘적으로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 본적이 없다"며 "방송을 내는 것이 나의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