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인시의회 전경.

[Y사이드저널 박상욱 기자] 현직 시의원이 땅 투기 논란에 휩싸였다. 이 시의원의 배우자가 아파트 개발지에 소유하던 농지를 팔아 수십억원의 차익을 남겼는데, 이 과정에서 이른바 ‘알박기’를 한 정황이 드러났다.

용인시 등에 따르면, 처인구 고림진덕지구에 조성되는 아파트 개발 시행사는 지난 3월 분양을 목표로 토지 매입을 추진했다. 그런데, 시행사가 매입해야 하는 180여개의 필지 중 유독 높은 매입가를 요구하며, 땅을 팔지 않는 토지주가 있었는데 다름 아닌 용인시의회 국민의힘 A시의원(3선)의 배우자다.

시행사는 고덕지구 아파트 개발 계획에 따라 3259㎡(985평) 2003년부터 농지를 소유하고 있는 A시의원 측으로부터 농지를 매입하려 했다. A시의원 측 부지 중 160여평은 주택으로, 나머지는 도로 등 부대시설로 조성할 계획이었기 때문.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A시의원 측이 시행사에 평당 900만원을 요구해서다. 이는 시행사가 매입할 180여개 토지 중 최고가로 인접한 토지가 평당 480만원에 매각된 것을 보면, 상당히 높은 금액이다.

시행사는 해당 아파트 단지를 분양 하기 위해서 반드시 A시의원 배우자 토지를 반드시 매입해야 했다.

13일 Y사이드저널과의 전화 통화에서 용인시와 시행사 관계자는 “A시의원 배우자 소유의 부지 일부에 아파트가 들어서도록 계획돼 있다”면서 “주택법상 분양을 위해선 반드시 계획된 토지를 모두 시행사가 매입하도록 못 박아놨다. 이 땅 없이는 분양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시행사 측은 지난해 9월 A시의원 배우자를 상대로 매도청구소송을 제기했다. A시의원 측이 제시한 평당 900만원은 터무니없이 높은 금액이라는 것.

▲ 아파트 개발지 안에 있는  A시의원 배우자 명의의 농지. (사진=카카오맵)

그런데 소송도 여의치 않았다. A시의원 측이 올해 3월까지로 (재판)기일 연장 신청을 냈는데 3월 분양을 시작해야 하는 시행사 입장에선 사업에 큰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던 시행사는 A시의원 측이 제시한 금액에 합의했다.

결국, 아파트 개발지 180여개 필지 중 A시의원 측은 가장 나중에, 그것도 가장 높은 금액으로 부지를 매각한 셈이됐다. A시의원 배우자가 소유한 토지가 985평이니까 얼핏 계산하면 매각 금액은 88억6500만원이 나온다.

토지매입비 등은 아파트 분양원가에 반영돼 고스란히 입주민의 부담으로 돌아간다.

이와 관련해 해당 시행사는 A시의원 측이 급박한 상황을 악용했다는 입장이다.

시행사 관계자는 “A시의원 측이 시행사의 급박한 상황을 ‘악용’했다. 시행사 입장에서 시간이 돈이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협의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A시의원은 전화 통화 대신,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개인적 재산에 대해 마음대로 평하지 말라는 뜻을 밝혀왔다.

13일 A시의원은 “의원이란 이름으로 남의 개인적 재산에 대해 마음대로 평가하지 말아달라”면서 “사업주와 의견(금액)이 맞지 않으면 시간이 걸릴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A시의원이 2020년 12월31일 기준 재산 신고 금액은 92억1425만원으로 용인시의회 의원 가운데 가장 많은 재산을 신고했다.

한편, 해당 아파트 분양이 늦어지면서 고림진덕지구 내 초·중학교 신설도 같이 늦어져 먼저 분양이 끝나 입주한 인근 아파트 입주민들은 초·중학교 신설을 용인시에 촉구하며 집단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