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이사장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2010년 3월 김재철 MBC 사장 선임 과정과 관련해 “임명권자(대통령)의 뜻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었으며 청와대 뜻과 무관하지 않은 낙하산 인사였다”고 밝혔다.

김우룡 전 방송통신진흥회 이사

그동안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은 정권 초반부터 “정부의 방송장악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며 “아무도 방송을 장악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펴왔다. 그러나 MBC 사장 선임에 핵심적인 위치에 있었던 방문진의 김 전 이사장이 소위 ‘양심고백’을 함에 따라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MBC 노조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김 전 이사장은 9일자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제대로 된 경영 능력과 리더십을 갖추지 못한 김 사장을 임명한 것은 잘못된 선택이었다”며 “캠프 출신보다 더 캠프적인 인사가 김 사장이었다”고 밝혔다.

김 전 이사장은 “지배구조상 사장 선임 과정에 권력의 의지가 작용하더라도 제대로 된 사장이라면 방송의 독립을 지키려는 강한 의지를 보였어야 했다”면서 “‘은혜’에 보은하려는 데서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방문진이 김재철 사장을 선임한 이유에 대해 그는 “‘임명권자’(대통령을 지칭)의 뜻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지금 생각해보면 내 소신대로 했어야 옳았다”고 후회하듯 말했다.

이어 “내 책임이 절반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그때 대통령 요구와는 별개로 어쨌든 그를 선임한 것은 나였기 때문”이라며 “공영방송 사장으로서의 제대로 된 리더십과 자질을 갖춘 사람을 뽑았어야 했다”고 심경을 고백했다.

김우룡 전 이사장은 2009년 8월 방문진 이사장에 취임한 뒤 “(이번 인사는) 김 사장 인사가 아니다. ‘큰집’도 (김 사장을) 불러다가 ‘조인트’ 까고 매도 맞고...”라는 내용을 언론에 밝혀 논란을 일으킨 뒤 사퇴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 전 이사장은 “큰집이라는 표현은 한 적이 없고, 김재철 사장이 청와대(큰집)에서 혼쭐(조인트)이 난 뒤 그 전까지 없었던 임원 인사안을 급하게 가져왔다는 뜻이었다”고 말했다. 또 “낙하산 인사라도 제대로 된 사장이라면 정치와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데 하수인 같은 짓을 하니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김 사장의 경영방식에 대해서도 “공영방송에 대한 철학이 아니라 ‘베팅’으로 MBC를 경영해온 것 아닌가”라며 “선심 쓰듯 회사 구성원들에게 500만~1000만원씩 격려금을 뿌리고 해외연수 보내주는 등 당근 정책으로 일관해왔다”고 비판했다.

또한 “정권 교체기를 맞아 새로운 주인이 나타날 때가 되니 이제 전부 들고일어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최근 방송사의 잇단 파업사태와 관련해선 “어떤 식으로든 정부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이들 방송사들이 정권 후반기 연쇄 파업을 하는 것은 이명박 정부의 언론정책이 총체적으로 실패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진숙 MBC 홍보국장은 8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 “노코멘트”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