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대학이 예식장이 아니라고 주장한 비젼관 1층 내부 모습.

용인에 한 대학이 건물 일부를 예식장으로 불법 사용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A대학은 올 4월부터 학생회관과 비젼관 1층을 B예식업체에 임대해 일반인을 대상으로 각각 피로연장과 예식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건축물대장에 나와 있는 이 건물의 용도는 교육연구시설. 관련법(건축법 시행령)상 교육연구시설이란 학교와 교육원, 연구소, 도서관 등만이 들어설 수 있는 시설이다. 불법 용도변경인 셈이다.

사정이 이렇지만 대학 측은 문제없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정부가 유권해석을 내려 권장했다는 것. 취재 결과 이 같은 대학의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대학 측은 지난해 3월 교과부에 학교시설에 예식장 운영이 가능한지 문의하는 공문을 보냈다.

교과부는 다음달  공문을 통해 ‘원칙적으로 교육활동을 위해 사용돼야 하며, 수익사업을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며 ‘다만, 학생들의 교육활동에 지장이 없고, 학생 및 교직원의 편의를 위한 후생복지 시설 등으로 제한적으로 활용하는 경우에만, 대학에서 운영(임대)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이어 ‘교육시설을 웨딩홀로 사용하기 위해 문화 및 집회시설의 용도변경은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다시 말해 교육연구시설을 예식장으로 사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

교육부 사립대학제도과 박창연 주무관은 20일 Y사이드저널과의 전화통화에서 “학생 및 교직원의 편의를 위해, 카페나 서점 등을 이용할 수는 있지만, 교육연구시설에 용도변경 없이 예식장을 사용하는 것은 안 된다”고 일축했다.

이는 A대학이 정부가 부정적 입장을 명확히 밝혔음에도 임의대로 추진했다는 얘기가 된다.

관할구청 역시 건축법 위반이라고 입장이다. 취재진은 23일 명확한 사실 확인을 위해, 처인구 건축과 담당자와 직접 대학을 찾았다. 현장을 확인한 건축과 담당자는 “명백한 건축법 위반”이며 “건축법 69조에 따라 시정명령 대상”이라고 밝혔다.

취재가 계속되자 A대는 이번엔 말을 바꿔 예식장이 아니라는 황당한 얘기를 하고 있다. A대학 사무처 관리팀 담당자는 “주말에만 예식장으로 사용하고 있어 실제 예식장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피로연장으로 사용하는 학생회관도 식품위생법에 따라 ‘일반음식점’으로 허가를 받아야하지만,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 조리를 하지 않는다는 대학측 말과는 달리,예식이 열린 25일 조리를 하고 있는 주방 모습.

학교 측은 “결혼 뷔페음식을 식당에서 직접 조리하지는 않는다”고 말했지만 이 역시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기자가 결혼식이 열리던 25일 오후 1시 직접 피로연장을 찾았을 때 이 곳 조리실에서 한창 음식을 만드는 모습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처인구 산업환경과 위생관리팀장은 “해당 건물에 일반음식점으로 신고 된 내용이 없다”면서 “이는 무신고 영업으로 고발조치 대상”이라고 전했다.

학교 승인을 내주는 교육부에서도 정작 학교 건물 용도는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있어 불법 전용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교육부 사립대학제도과 담당 사무관은 “대학교가 너무 많아서 일일이 다 점검할 수는 없는 실정”이라는 원론적인 답변 뿐이었다.

이런 가운데 용인시는 A대학이 국토법에 따른 도시계획시설로 분류돼 있어 예식장 영업이 가능토록 용도변경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시 도시계획과 관계자는 “관련법(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령)에 따라 대학교내에 문화 및 집회시설이 들어설 수 없다”면서 “학교측에서 용도변경을 신청해도 허가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경기경찰청은 6일 교내 건물을 신축하면서 건설업자와 교직원간 거액이 오고간 정황을 포착해 전격 이 대학을 압수수색을 벌이고 수사 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