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0시부터 무기한 제작거부에 돌입한 KBS기자협회(회장 황동진)가 “(국민들이) 정권이나 자본 등에 휘둘리지 말라고 주신 막중한 책무를 잠시 잊고 있었다”면서 “이제서야 감히, 국민들께 머리 숙여 고백합니다. ‘부끄러웠습니다. 반성합니다’”며 “KBS뉴스를 꼭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사진 : KBS노조 제공)

KBS 기자들이 협회원들에 대한 부당징계 및 보도본부장 인사 철회를 요구하며 제작거부에 돌입했다.

KBS 기자협회는 2일 오전 10시30분께 여의도 KBS 신관 앞 계단에서 집회를 열고 “국민들을 대신해 권력을 감시하고 진실을 찾아내 보도하는 것이 우리의 존재 이유”라며 KBS 뉴스 제자리 찾기를 선언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150여명의 기자들은 제작거부 선언문을 통해 “우리 싸움의 첫 시작은 최근 사측이 기자들에게 내린 부당 징계와 공영방송을 위협하는 보도본부장 인사 철회, 그리고 최종 목적은 우리 KBS 기자들의 정체성을 되찾는 것”이라며 “언론의 독립과 자유를 회복해 국민들께 KBS 뉴스를 돌려드리겠다”고 밝혔다.

권력 감시 기능에 소홀했던 보도 행태와 관련해 국민들께 사과의 큰 절을 올리고  있다.                      (사진 : KBS노조 제공)

이날 황동진 KBS 기자협회장은 “우리가 여기 모인 것은 부당징계와 막장인사 때문만이 아니라 지난 4년간 나름대로 수치심을 느끼고 반성하며 살다가 이 자리까지 나오게 된 것”이라며 “공영방송으로서 공정방송을 해야 한다는 사명을 국민이 줬기에 우리의 싸움에는 명분이 있고 10년 뒤 부끄럽지 않고 후회 없을 투쟁으로 만들자”고 호소했다.

유원중 전 KBS 기자협회장도 “지금 투쟁하지 않으면 앞으로 어떤 낙하산이 내려오고 어떤 본부장이 오더라도 투쟁할 명분을 잃게 된다”면서 “언론사로의 독립을 이룰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반드시 승리할 투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0년 7월,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 노조) 집행부로서 파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정직 5개월 처분을 받은 성재호 기자는 “이번 싸움은 김인규 사장과의 싸움이 아닌 현 MB정권과의 싸움이어서 더 어려울 수 있다”며 “하지만 언론의 기본을 지키려는 상식과의 싸움에 당당하게 나서고 국민께 지난 4년간의 잘못에 대해 용서를 구할 마지막 기회”고 호소했다.

또한 정직 6개월의 중징계 처분을 받은 엄경철 전 KBS 새 노조 위원장은 “엊그저께 우리 뉴스가 제주해군기지를 2꼭지에 걸쳐서 다룬 것을 보았다. 정부 입장, 해군기지의 전략적 가치 등이 주로 다뤄졌고 반대 입장은 인터뷰로 10초밖에 나가지 않았다”면서 “공익, 국익이라는 이름으로 환경 등 여러 가치가 이렇게 일방적으로 묵살해도 되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 : KBS노조 제공)

이에 대해 KBS는 같은 날 보도자료를 내고 “기자협회가 주도하는 제작거부는 전체 기자 중 10% 대인 일부 기자만이 가세해 뉴스 제작에는 차질이 없다”면서 “불법행동인 제작거부를 철회하라”고 밝혔다.

이어 “기자협회가 주장하는 노조 전·현직 간부에 대한 징계 무효화는 법적 판단에 맡겨야 함과 동시에 노·사간 대화를 통해 문제 해결점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뉴스와 프로그램 제작에 차질이 없도록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