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소확행(小確幸)’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소확행은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뜻으로 무라카미 하루키가 그의 수필집에서 쓴 말이다. ‘집에서 갓 구운 빵을 찢어 먹는 것, 서랍 안에 반듯하게 집어넣은 속옷이 쌓여 있는 것’, ‘새로 산 옷 냄새가 풍기는 셔츠를 입을 때의 기분’ 등을 말한다.

일상의 작은 일에서 행복의 가치를 찾으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음악과 함께 커피 한잔을 마시는 것, 여유로운 산책, 가까운 친구와 수다를 나누는 시간에서 행복을 찾는다. 이는 우리만이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삶 속에서의 편안함과 안락함, 달콤한 휴식으로서의 덴마크의 휘게(hygge), 스웨덴의 라곰(lagom)이 그것이다.

‘휘게 라이프’에서의 행복은 일상생활 속에서 누리는 ‘웰빙’이고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이다. 이를 보면 행복은 빈도와 지속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행복은 미래보다 현재가 중요하고, 남에게 보여주는 것보다 자신의 주관적 경험이 더 중요하다.

오늘의 학교 교육도 행복한 교육을 추구하고 있다. 하지만 행복한 교육이 학생에게 자유로움을 마냥 허용하는 교육이 되어서는 안 된다. 행복 교육은 학생에게 꼭 필요한 수고로움과 보람이 있는 교육이어야 한다.

행복에 대한 인식에 있어서도 학교와 학부모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 같다. 학부모는 자녀의 행복이 학력에 좌우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학부모는 자녀에 대한 지나친 기대를 갖고 자녀의 학력에 집착한다. 학부모에게 자녀의 현재의 행복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오직 자녀가 좋은(?) 대학에 진학하길 바랄 뿐이다.

교육의 본질은 아이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다. 물질적 풍요와 출세가 행복에 이르는 첩경은 아니다. 이보다는 현재의 행복이 성공을 불러오고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다. 성공한 사람이 행복한 것이 아니라 행복한 사람이 성공할 수 있다.

행복은 현재의 자신의 삶을 중시하고 좋아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현재를 즐기고, 원하는 길을 개척하며, 행복을 많이 체험한 아이가 미래에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다. 학력만 추구하는 목표 성취의 시각에서 벗어나 개인의 행복을 위한 학습, 행복하게 사는 법을 가르쳐주는 교육이 필요하다. 어릴 때부터 자녀가 행복감을 자주 느낄 수 있도록 부모는 자녀가 하고자 하는 것을 ‘더 잘 하도록’, ‘스스로 행복한 삶을 만들어 가도록’ 도와줘야 한다.

학생이 갖고 있는 재능과 끼를 찾아내 교육이라는 적절한 자극을 통해 꿈을 이루게 하는 교육이 행복 교육이다. 비록 수고와 고통이 따르더라도 학생으로 하여금 꿈과 비전을 갖고, 개척자 정신으로 스스로 열정 있는 삶을 살아가도록 이끌어 줘야 한다. 학생이 변화에 잘 적응하고, 용기를 갖고 도전하고, 새로움을 창조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김유성 경기 죽전고등학교장(한국 국·공립고등학교장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