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초·중·고교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학교 교육의 주체인 교원들이 너무 힘들다. 언제부터인가 가르치는 일을 하는 선생님이라는 직업이 3D업종으로 전락됐다.

교실 수업뿐 아니라 학생의 올바른 생활 인성을 지도하는 일이 참으로 힘들다. 학생 인권이란 영역이 성역화 돼버린 결과이다. 상황은 이제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넘어 초등학교까지 확대되고 있다.

얼마 전 초등학교 수업 중 떠드는 학생에게 ‘조용히 하라’고 주의를 주는 선생님을 외려 노려보고 대들고 따지면서, 심지어 선생님에게 ‘너’라고 소리를 지르며 뛰쳐나와 선생님의 얼굴을 주먹으로 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제 더 이상 학생의 교사에 대한 폭력과 행패를 더는 볼 수 없게 돼 버렸다. 학교가 이 지경까지 된 것을 정책 당국은 제대로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몇 년 전 중국 윈난성(雲南省) 따리(大理)의 한 학교를 방문했던 적이 있다. 교실에 세 명의 학생이 함께 앉아 공부하는 낡은 책걸상이 놓여 있었다. 하지만 이런 열악한 교육환경 속에서도 학생들은 매우 예의바르고 단정한 몸가짐을 하고 있었다.

수업시작 종이 울리면 바른 몸가짐으로 자리에 앉아 선생님을 기다리고, 선생님이 입실하면 바른 자세로 ‘존경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배우겠다’는 구호와 함께 선생님께 반듯한 인사를 드렸다. 그리고 수업이 끝나면 선생님에 대한 감사의 인사는 물론이고, 선생님이 퇴실하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학생들이 교실 문을 나서는 것을 보았다.

그 곳엔 우리 교실처럼 현대식 기자재도 없었다. 오히려 우리라면 벌써 폐기처분 했어야 할 교구들이 많이 보였다. 낡은 책걸상과 잘 지워지지 않는 칠판과 백묵이 다였다. 그런데도 학생들에겐 배우고자 하는 자세와 선생님을 위한 존경하는 마음이 짙게 배어 있었다. 우리의 현실과 비교되면서 그 곳의 정서가 부러웠다.

이에 반해, 우리의 학교 현장에서는 학생 간에 폭력이 발생하고 있는 것은 물론, 학생이 교사에게 폭언과 폭행을 행사하고 성추행하는 일까지 일어나고 있다. 이 지경까지 되면 교육, 지도라는 말은 설자리를 잃는다.

2010년 경기도교육청이 학생들의 인권을 보호한다는 미명하에 시행한 학생인권조례, 학생인권법이 학교 상황을 더욱 악화시켜 놓았다. 학생인권조례가 많은 학생과 학부모들을 잘못 인식시켜 학교 교원들의 지도력을 무장해제 시켜버렸다. 교원들의 지도의 손길을 묶어 놓아 버린 결과, 학교는 학생들의 해방구 같은 공간이 돼버렸다.

이런 형국에서 올바른 교육을 기대한다는 것은 나무에서 고기를 잡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

교육을 바로 세우기 위해선 학부모는 물론 우리 사회가 모두 나서야 한다. 우선 학부모들의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무조건 제 자녀를 감싸는 미망에서 벗어나야 한다. 자녀를 감싸는 것이 오히려 자녀를 망친다는 것임을 알고, 학교의 처사에 다소 불만스럽더라도 학교와 선생님들을 믿고 존중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학교의 교원들도 학생과 학부모에게 민원이 될 수 있는 일을 만들지 않도록 교육지도 전문성을 발휘해야 한다. 어려운 현실에서도 선생님은 학생들을 올바르게 가르쳐야 한다는 교육적 소명의식을 갖고 교육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그것이 교육을 바로 세우는 일이고 어지러운 사회를 바로 세우는 길이다.

▲ 김유성 용인 죽전고등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