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 예외지역 약국 10곳 중 3곳 이상이 건강보험 급여 의약품을 공급 받고도 건강보험을 청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보건복지부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1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은 “의료접근성이 떨어지는 의약분업 예외지역을 지정한 건 환자의 진료편의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일부 의약분업 예외지역 약국들은 의사의 처방 없이 약을 조제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해 건강보험 의약품을 공급받고도 건강보험을 청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정 의원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는 의약분업제도에 따라 의사는 ‘처방’을 약사는 ‘조제’를 하고, 약사는 건강보험 급여 의약품을 판매할 경우 건강보험공단에 급여를 청구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관련법상 의약분업 예외지역의 약국은 의사의 처방전 없이도 약을 조제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는 읍·면·도서지역 등 병원이 없거나, 있어도 거리가 멀어 주민들이 처방을 받기 어려운 지역에서 약을 조제할 수 있도록 한 것.

이때 의약분업 예외지역 약국의 건강보험 급여 의약품은 공단으로부터 급여를 받을 수 있어, 환자는 건강보험에서 정한만큼 본인부담금만 약값으로 지불하면 된다.

문제는 이들 ‘의약분업 예외지역 약국’ 중 일부가 건강보험 의약품을 공급받고도 건강보험을 청구조차 하지 않는 것에 있다.

건강보험 급여 의약품의 경우 통상 약값의 70% 정도를 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하는데, 약국이 건강보험 급여를 청구하지 않으면 약값 전액을 환자에게 부담시키게 된다. 또 환자가 어떤 질병으로 의약품을 처방받았는지도 확인이 불가능하다.

반면 약국입장에선 약값을 환자한테서 모두 받고 건강보험의 통제로부터도 벗어나 ‘일석이조’의 혜택을 얻게 된다.

실제 의약분업 예외지역에서 운영 중인 약국 236곳 가운데 최근 2년간 건강보험 급여를 단 한 건도 청구하지 않은 약국이 총 88곳으로 37.29%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로 보면, 2017년 의약분업 예외지역 약국 255곳 중 38.43%인 98곳, 2018년 6월까지는 의약분업 예외지역 약국 255곳 중 35.29%인 90곳이 건강보험 급여를 아예 청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건강보험 급여청구가 없는 의약분업 예외지역 약국 중 2년간 건강보험 급여의약품을 공급받지 않은 약국은 단 한 곳도 없었다.

특히, 이들 약국 중 2년간 건강보험 급여 의약품을 1000만원어치 이상 공급받은 약국은 58개에 달했다. 경남에 있는 A약국의 경우 2년간 총 2억6700만원 어치의 건강보험이 되는 의약품을 받았다.또 경기도 소재 B약국은 2억5500만원, 경남 C약국 1억5300만원 가량의 건강보험 급여 의약품을 공급받았으나 건강보험은 1건도 청구하지 않았다.

정춘숙 의원은 “보건복지부는 최근 건강보험 청구가 없었던 의약분업 예외지역의 약국들을 즉시 현장 조사해 불법부당행위가 있었는지 철저한 조사와 함께 의약분업 예외지역 관리의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