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립어린이집 위탁운영자 선정 과정 의혹과 보육정책위원회 구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지자체가 예산으로 짓는 시립어린이집은 관리와 운영이 비교적 잘 돼 있어 인기가 높지만 시설이 부족한 탓에 학부모들은 ‘하늘에 별 따기’로 아이들을 보내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러한 학부모들의 인기만큼 시립어린이집을 맡아 운영하는 위탁운영자(시설장)가 되기 위한 경쟁 또한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위탁운영자 선정을 둘러싼 잡음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용인시는 3곳의 시립어린이집 위탁운영자를 모집하고, 용인시보육위원회(이하 ‘보육정책위’)가 지원한 개인과 단체에 대한 서류와 면접 심사를 거쳐 운영자를 선정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한 단체가 면접이 편파적으로 이뤄졌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이 단체 관계자는 “시립어린이집을 위탁 받기 위해 보육전문가를 채용하고 영유아복지를 위해 6000여만원의 사비를 들여 통학버스를 구입하는 등의 계획서를 제출했다”며 “하지만 면접에서 ‘이렇게 많은 돈을 들여 운영할 거라면 단체가 직접 어린이집을 운영하지 왜 시립어린이집을 위탁 받으려 하느냐’며 심사위원이 질문해 어리둥절했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또 “해당 위원은 ‘개인으로 신청하지 않고 단체로 참여했느냐’는 등 면접 내내 단체에 대해 부정적이고 형식적인 질문이었고 결국 탈락됐다”면서 “서울은 대부분 개인보다는 검증된 단체를 더 신뢰해 위탁을 주고 있는 반면 용인시는 개인에게만 위탁을 주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해당심사위원은 15일 전화통화에서 “그런 질문을 한 사실 없다”면서 “시립어린이집 위탁자 선정은 정책위원들의 개별적 점수를 합산해 결정되는 것으로 절차상 전혀 문제 될 게 없으며 검증된 운영자를 찾는 과정에서 나온 질문은 어떤 질문이든 다 할 수 있는 것 ”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용인시가 위촉한 보육전문가로서 합당한 질문을 했는데 이런 것들이 문제가 된다면 누가 심사위원을 할 것이며 이러한 인터뷰 자체가 이해되질 않는다”며 “어린이집 차량 사고가 사회적인 문제여서 그 부분을 언급한 것이지 사비를 들여 차량을 구입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된다는 의미의 질문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렇게 양측이 서로 다른 주장을 하고 있는 가운데 취재진은 사실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면접 당시 대화가 기록된 회의록 공개를 가족여성과에 요구했지만 보육정책위 내부 결정사항이란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학부모들은 이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포털사이트 카페에 글을 올린 한 학부모는 “수천만원의 사비를 들여 통학버스를 지원하겠다는 단체는 탈락되고 차량구입에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개인은 단체보다 높은 점수를 받아 선정된 것이 말이 되느냐”며 불만을 나타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지금까지 용인시는 전체(27개) 시립어린이집 위탁을 모두 개인에게 줬다”면서 “신뢰할 수 있는 법인이나 단체보다 개인에게 더 호감을 갖고 있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글을 올렸다.

▲ 용인 시립어린이집 (본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 없음)

이런 가운데 해당 단체는 앞서 면접에서 편파적으로 질문 한 심사위원이 사회복지전문가라고 주장하고 있다.

용인시는 유아보육 전문가들로 구성된 보육정책위원 중 왜 사회복지전문가를 위촉했을까?

확인결과, 시는 단체추천과 공개모집을 통해 당시 보육정책위원회를 보육전문가와 보육시설장, 보육교사 각각 3명, 학부모 대표와 아동단체 대표 각각 2명, 용인시의원 1명과 공무원 1명 등 총 15명으로 구성하고 이 중 보육전문가는 유아교육 교수 2명과 사회복지전문가 1명으로 조례에 따라 위촉했다.

하지만 시가 위촉한 사회복지사가 보육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영양학 교수 1명과 가정아동학, 유아교육 교수 등 보육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 역시 보육정책위 구성에 사회복지전문가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도 보육정책과 관계자는 “현재 사회복지사를 보육정책위원으로 위촉하지 않았다”면서 “1월 개정된 조례에는 위원회 구성에 사회복지전문가는 없으며, 만일 사회복지사를 위촉한다면 다른 분야가 아닌 보육관련 활동 해온 사람을 고려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보육정책은 사회복지전문가가 아닌 보육전문가 차원에 접근해야 된다는 게 보육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이렇다보니 사회복지사인 A씨가 어떤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고 일해 왔는지 해당부서에 위촉 당시 제출된 서류를 확인했다. 하지만 보육이 아닌 장애인 복지 관련 일을 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가족여성과 관계자는 “위촉 당시 A씨가 제출한 서류에 장애인단체 활동 내용만 있을 뿐 보육과 관련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A씨는 15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20여년 동안 사회복지와 관련한 일을 해 왔고 S여대, Y대, K대 등 대학에서 보육학을 비롯해 관련과목 겸임교수로 활동했다”면서 “시가 보육정책위원으로 위촉한 자격에 무슨 문제되는지 모르겠으며 만일 문제가 없다면 언론사를 상대로 법적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A씨가 거론한 3곳의 대학에선 지역사회복지, 노인복지(실버케어), 사회교육학, 장애인복지 외에는 보육학을 강의한 사실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가족여성과 관계자는 "당시 조례에 따라 사회복지사를 위촉해야 하는 과정에서 보육과 관련된 전문성보다는 구색 맞추기에 급급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시는 보육정책위원회를 새로 구성하면서 해당 사회복지사를 다시 위촉했다.

이에 따라 용인시가 영유아 복지에 대한 정책을 수립, 결정하는 보육정책위원 구성에 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편, 이와 관련해 용인시 감사담당관실은 이번 시립어린이집 위탁운영자 선정 과정에서 면접점수 산정 시 정부가 권고한 ‘공동심사기준표’에 대한 심의를 거치지 않고 기존방식 그대로 적용한 책임을 물어 전 가족여성과 담당자인 L씨에 대해 징계처분을 내렸다.